1930년대 조선은 근대와 전근대의 모습이 혼재된 시대였다. 암울했던 식민지 시기였지만 댄스, 스윙재즈, 할리우드 영화, 궐련과 위스키, 중절모와 양장 스커트, 자유연애 등 새로 유입된 서양문물에 대한 설렘도 공존했다. 최근 충무로와 방송계는 이 회색톤이지만 무지갯빛도 반짝였던 시기를 포착해 보는 이들을 영상 속으로 빠져들게 할 채비를 하고 있다. 충무로는 '기담(奇談)(부제-1942 경성공포극)’,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라듸오 데이즈' 등을 앞세우며 이미 근대 조선을 전면에 내세운 판이다. 이 가운데 모던보이 모던걸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는 내년 2월 개봉 예정인 정지우 감독의 '모던보이’. 이 영화는 1930년대를 배경으로 시대를 즐기며 낭만을 사랑했던 당시의 모던보이와 모던걸의 연애담을 그린다. 대한민국 최고의 섹시 아이콘 김혜수가 문화구락부의 댄서, 삼성양장의 디자이너, 빅터레코드의 대리가수 등 다양한 모던걸의 모습을 선보인다. 박해일 역시 동경유학을 다녀와 총독부에 근무하면서 인생을 즐기기에 여념이 없는 상류층의 모던보이로 분한다. 이 뿐 아니라 이미 대학로에서 상연 중인 ‘다리퐁 모단걸’ 역시 곧 스크린에서 만나게 될 예정이다. 당시 전화교환수였던 신식 여성 ‘모단걸’(Modern girl)과 ‘다리퐁’(telephone)에 얽힌 사랑 이야기가 코믹하게 펼쳐진다. 스크린의 1930년대 편애에 브라운관 역시 동참했다. KBS는 6월 6일부터 새 수목드라마 '경성스캔들'을 선보인다. 소설 ‘경성애사’를 바탕으로 한 이 드라마는 가벼운 로맨스 소설인 원작의 분위기를 살려 밝고 코믹하게 그려진다. 큰 줄기는 개화기 당시 네 남녀를 중심으로 독립운동과 모던 로맨스라는 소재가 조합된 퓨전 시대극. 강지환과 한고은이 보여주는 모던보이와 모던걸의 모습도 흥미롭다. 강지환은 살짝 웨이브 진 머리에 백구두를 신고 조끼와 빨간색 나비넥타이로 모던보이의 정수를 보여준다. 한고은 역시 강렬한 블랙 드레스 등으로 섹시함의 극치를 보이며 모던걸의 자태를 뽐낸다.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화려하게 재현될 1930년대에는 바로 모던보이와 모던걸이 한 중심에 서 있다. 우리 시대의 워너비인 ‘패셔니스타’로서 선배나 다름없는 그들. 또한 시대를 한참 건너뛰었지만 그들이 겪었던 혼돈의 시기와 청춘의 고민은 2007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면이 있지 않을까. 9pd@osen.co.kr 드라마 '경성스캔들' 중 강지환과 한고은/ KBS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