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KCC가 '프랜차이즈 스타' 이상민(35)을 보호선수에서 제외시킨 모험이 결국 팬들의 '지탄'으로 돌아왔다. KCC는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인 서장훈(33)을 데려오면서 서장훈과 임재현(30), 추승균(33) 등 3명을 보호선수로 지정했다. 결국 이상민을 포함한 나머지 선수를 보상선수로 데려가도 좋다는 의사 표시였다. 하지만 서울 삼성이 이상민을 지명하면서 KCC의 모험수는 실패로 돌아갔다. 사실 KCC의 노림수는 서장훈의 전 소속팀인 서울 삼성이 "설마 이상민을 데려가겠느냐"는 것이었다. KCC로서는 서장훈은 연봉 20위 이내 FA이기 때문에 규정에 따라 무조건 보호선수에 포함되어야만 했고 나머지 2명의 자리에 추승균, 임재현, 이상민을 넣어야 하는 처지였다. 이전 농구계의 예상은 임재현이 삼성으로 갈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이었다. 추승균과 이상민 모두 KCC(이전 대전 현대 포함)에서만 프로생활을 한 '프랜차이즈 스타'인 반면 임재현은 비록 FA로 데려오긴 했지만 최근 가드 중심의 빠른 농구를 구사하는 삼성이 탐낼 만한 선수였기 때문에 나온 시각이었다. 하지만 KCC에는 임재현도 필요했다. 어느덧 35세로 전성기를 지나 쇠퇴기로 들어선 이상민만 쳐다볼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기 때문. KCC에 이상민이 빠지면 사실상 가드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임재현에 욕심이 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KCC는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위해 1라운드 신인 지명권을 울산 모비스에 내주면서 양동근을 데려오지 못하는 결과를 낳은 전력으로 세대 교체에 실패한 경험이 있었기에 삼성이 요구한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을 줄 형편도 아니었다. 이 때문에 KCC는 이상민을 보호선수에서 제외하는 모험을 걸었고 팬들로부터 지탄을 받게 됐다. 일각에서는 허재 감독과 지난 2년 동안 갈등을 빚어왔기 때문에 이상민이 보호선수에서 제외됐다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결국 서장훈은 연세대 2년 선배 이상민과 함께 뛰며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장식하려던 꿈이 산산조각 났고 역시 KCC에 뼈를 묻으며 지도자 수업을 하려던 이상민 역시 타의로 삼성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삼성 측은 "원래 이상민이 삼성에 오려고 했다. 지도자가 되는 길을 열어주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는 하지만 프로선수가 한 팀의 '레전드'로 남는 것처럼 명예로운 것도 없기에 이상민에게 얼마나 위로가 될지 미지수다. 실제로 이상민은 이번 일에 충격을 받고 주위 연락과 단절된 상태다. 보호선수와 보상선수라는 글자 하나 차이에 길이 엇갈린 이상민과 서장훈, 그리고 해당 팀인 삼성과 KCC가 5개월 앞으로 다가온 2007~2008시즌 어떤 모습을 연출할지 벌써부터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tankpark@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