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는 감정의 표현이다. 희로애락으로 큰 범주가 정의되는 감정표현은 대사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 외에도 방법은 많다. 예를 들면 담배를 피워 문다든지, 욕설을 내뱉는다든지, 하다못해 주먹으로 벽을 친다든지, 빈 깡통을 냅다 차버릴 수도 있다. 그런데 대사를 제외한 온갖 표현법들이 꽁꽁 묶여버린다면? 배우로서는 손발이 묶인 것과 마찬가지일 테다. 요사이 세간의 화제인 SBS TV 수목드라마 ‘쩐의 전쟁’(이향희 극본, 장태유 연출)에 출연하고 있는 신동욱(25)이 그렇다. 신동욱이 연기하고 있는 하우성은 아무도 그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다. 사채업계의 큰손 봉 여사의 브레인 구실을 하고 있는 하우성은 드라마 홈페이지의 인물 소개에 따르면 ‘야수의 발톱을 숨긴 미소년’이다. 그 내용을 좀더 보자. ‘현재는 이차연(김정화 분)을 도와 사채업을 하는 핵심 브레인이지만 그 산뜻한 미소 뒤에는 아무도 모르는 야수성이 있다. 깍듯한 예의 뒤에는 잔인한 폭력성을 숨기고 있다’고 적혀 있다. 야누스적인 다면성을 지닌 인물이 바로 하우성이다. 그런데 그 야누스의 본성이 철저하게 냉철함으로 가려져 있는 게 문제다. 희로애락을 느끼고 표현하면서 살아가는 게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하우성은 느끼긴 느끼되 표출은 없다. 찰나를 오가는 눈빛이 그나마 가장 적극적인 형태의 감정표현이다. 물론 희로애락 중 ‘노(怒)’만은 ‘주먹질’이라는 형태를 통해 간간이 튀어나오곤 한다. 신동욱은 최근 전화통화에서 “하우성이라는 캐릭터는 정말 속을 알 수 없다. 지금은 차연의 보디가드처럼 위기의 순간마다 나타나 구해주곤 하지만 그 마음이 어디까지가 진심인지도 모르겠다”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그런 인물이니만큼 감정 표현자체가 조심스럽다고도 했다. “크게 웃을 수도 없고 버럭 화를 낼 수도 없다. 차 떼고 포 떼고 감정을 처리하려니 어려움이 있다. 그나마 자유로운 편인 눈빛에 가장 많이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지난 24일 방송된 4회분 말미에서 보여준 눈빛 연기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서주희(박진희 분)가 은행 기밀자료라고 건네준 CD를 틀어보다가 내용물이 단순한 은행 홍보물임을 알아챈 신동욱이 그 순간 보여준 눈빛연기는 낭패감 이상의 복잡한 감정을 담고 있었다. 신동욱은 “모사꾼 하우성에게 처음으로 실패를 안겨준 사건이었다. ‘뭐 이런 여자가 다 있나’라는 생각으로 상황을 묘사했다”고 했다. 그 때의 느낌은 향후 서주희를 향한 하우성의 감정변화에 중요한 구실을 한다. ‘연기 9단’ 박신양과 필연적으로 사사건건 경쟁 관계에 놓이게 되는 신동욱은 “박신양 선배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긁고 싶은 부위를 확확 긁어 주는 느낌이 든다. 화면에서 보여지는 것 보다 실제가 더 시원스럽고 실감난다”고 고수를 가까이서 접해본 소감을 전했다. 100c@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