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OST, 톱가수 경연장으로 탈바꿈
OSEN 기자
발행 2007.05.31 14: 15

JK김동욱, 조은, 클래지콰이, 하울, 스윗소로우의 공통점은? 바로 드라마 주제곡을 불러 뜬 신인가수였다는 점이다. 한때 드라마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이하 OST)은 실력있는 신인들의 등용문이었다. 드라마 제작자의 입장에서도 신인을 기용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었다. 제작자나 신인가수에게나 일석이조였던 것이 바로 OST 시장이었다. 신인을 내세우는 게 조금 위험하다 싶으면 외국 가수의 곡을 끌어오기도 했다. 이미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팝송들이 그래서 드라마를 통해 많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요즘 OST는 조금 다른 양상을 띤다. 바로 인기 가수들의 각축장이 돼 가고 있다. MBC TV '히트'는 국내 최고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와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실력파 여가수 거미가, '에어시티'는 국내외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인기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와 한류스타로 성장한 강타가, KBS 2TV '경성스캔들'은 '흰눈'과 '까만안경'을 연속 히트한 이루가 참여했다. 그렇다면 왜 OST 시장에 대형가수들이 전면 등장한 것일까? 그 상관관계를 살펴보자. 드라마 제작 전문화, 대형화의 여파 드라마 제작권이 외주 전문제작사로 넘어가면서 드라마는 하나의 ‘상품’으로서 대규모 제작비를 끌어 모아 수익을 창출하는 투자의 대상이 됐다. 소위 드라마 한편이 대박을 터뜨리면 한류를 등에 업고 일본 및 아시아 등지에까지 수출돼 영화 못지않은 판매고를 올린다. 때문에 요즘은 드라마 역시 영화와 마찬가지로 제작단계부터 펀드를 끌어들여 규모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 판이다. 특히 요즘에는 영화계의 침체 탓에 드라마 제작에까지 나선 영화사가 늘고 있다. 영화 '친구', '태풍'의 곽경택 감독은 소지섭의 복귀작 '카인과 아벨'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다. 영화사로서 '연애소설', '야수', '청춘만화'를 만든 팝콘필름은 지난해 드라마 '천국보다 낯선'으로 드라마 제작까지 병행했다. 아예 처음부터 영화와 드라마를 공동제작하는 제작사도 나섰는데 영화 '흡혈형사 나도열', 드라마 '연애시대'의 옐로우필름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드라마가 방송사를 넘어 전문 제작사의 하나의 완전한 상품으로 거듭나면서 의상, 미술, 음악 등에도 좀 더 세심한 투자가 이뤄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수입, 홍보 일거양득 가수 측면에서도 이제 드라마 OST는 홀대할 만한 것이 아니다. 음반시장이 위축되면서 온라인 음원시장에서 판매고를 올리거나 행사를 통해 수입을 올리는 가수들에게 있어 드라마의 OST 시장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게다가 대개 미니시리즈는 적어도 2, 3개월은 방송된다. 요즘처럼 유행주기가 빨라 하나의 히트곡이 채 2개월을 가지 못하고 있는 형편에 3개월 동안 인기를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이 와중에 활동 중단에 있거나 해외 활동에 주력하고 있는 가수들의 진입도 눈에 띈다. 내달 방영하는 '경성스캔들'에는 지난 2월 활동을 중단한 이루가 참여, 3집 발표에 앞서 OST를 통해 먼저 문을 두드린다. 동방신기 역시 마찬가지다. 상반기는 일본 활동, 하반기는 국내 활동이란 독특한 전략을 펴고 있는 동방신기는 '에어시티'를 통해 국내 활동 준비 단계에 돌입했다. '에어시티'가 끝나갈 때쯤이면 국내 활동을 딱 시작할 때다. 이처럼 새 앨범 발매 전 미리 OST를 통해 익숙해지기, 즉 본격적인 활동 전에 OST를 먼저 선보이려는 것도 하나의 전략일 수 있다. 게다가 드라마가 물이 오른다면 별 힘들이지 않고도 OST가 적어도 3개월 이상 무난히 인기를 끌기 때문에 매력적이다. 활동을 재개하려는 가수가 슬슬 기지개를 켜며 존재감을 알리기 위한 데는 적절한 활용법이다. 드라마 OST 시장까지 대형화 되고, 기존 인기 가수들이 밀려 들면서 신인들의 등용문이 좁아졌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만하다. 하지만 속단은 금물. 신인만이 가진 특색은 결코 빛바래지 않는다. 또 음반기획사 역시 계속 새로운 신인을 발굴해 제2의 스타를 키워야 하는 판이라 신인들에게도 적극적으로 길을 터주고 있다. 인기 고공행진을 잇고 있는 SBS TV '쩐의 전쟁' OST가 그렇다. 인기 작곡가 김형석이 프로듀싱한 이번 OST에는 자사 소속 신인 케이윌을 비롯해 지난 4월 넘버원 오디션 1위에 빛나는 제미니가 전격 투입됐다. 백지라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신인들이여, 아직 기죽을 단계는 아니다. 9pd@osen.co.kr 드라마 '에어시티', '경성스캔들', '연애시대', '쩐의 전쟁' (왼쪽부터 시계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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