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세인트피터스버그, 김형태 특파원] 7회 1사 1루. 2점차 박빙의 리드. 마운드 위의 브랜든 모로(21.시애틀 매리너스)는 볼넷 2개를 내리 허용했다. 상황은 순식간에 만루. 한 방이면 동점이 되는 상황. 그러나 모로는 새미 소사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프랭크 캐털러노토를 2루 땅볼로 잡아내 위기를 탈출했다. 백차승(27)의 시즌 3승이 사실상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백차승과 모로. 시애틀 투수진의 두 신예가 또 다시 빛을 발했다. 백차승은 1일(이하 한국시간) 텍사스와의 홈경기에서 순간의 난조를 극복하고 승리투수가 됐다. 5실점한 4회를 제외하면 흠잡을 데 없는 피칭이 이어졌다. 시애틀 선발진의 가장 큰 변화요인이라면 단연 백차승이다. 830만 달러를 받고 입단한 제프 위버가 연일 헤매던 와중에 혜성처럼 등장한 백차승은 사실상 붙박이 선발 자리를 꿰차며 롱런을 예고하고 있다. 올 시즌 등판한 8경기서 3승2패 방어율 4.93. 특히 이날 경기 전까지 나선 4경기선 28⅓이닝을 던져 단 10실점(방어율 3.14)을 기록했다. 경기를 치를 수록 위력이 배가되고 있다. 만만치 않은 직구 구속에 현란한 변화구, 그리고 안정된 제구력을 모두 보유한 그는 이제 시애틀의 '3선발급'으로까지 위상이 치솟았다. 백차승을 빼놓고는 시애틀 로테이션이 성립하지 않기에 그의 팀내 비중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백차승이 선발진에서 돋보인다면 불펜에선 단연 모로가 눈에 띈다. 시속 99마일의 '광속구'를 자랑하는 그는 UC 버클리대학 출신으로 지난해 아마추어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5번째)로 입단했다. 그리고 한 해 뒤인 올해 빅리그에서 일찌감치 재능을 뽐내고 있다. 개막전 로스터에 전격 포함되며 주목을 끈 그는 팀의 프라이머리 셋업맨으로서 시애틀 불펜을 '철벽'으로 변화시킨 가장 큰 주역이다. 16경기에 나선 올 시즌 성적은 2승에 방어율 1.77. 19이닝 동안 삼진을 20개나 기록할 정도로 구위가 돋보인다. 최근 14경기에선 16⅓이닝 무실점 행진 중이다. 다만 아직은 제구력이 불안해 볼넷 15개를 허용한 게 흠이다. 1일 현재 시애틀의 성적은 승률 5할2푼(26승24패).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1위 LA 에인절스에 4.5경기 뒤진 2위다. 아직 시즌의 반도 소화되지 않았지만 초반 페이스는 나쁘지 않다. 잘 하면 2001년 이후 6년 만의 플레이오프도 노려볼 만하다. 위버의 부진과 에이스 펠릭스 에르난데스의 초반 부상으로 고심했던 시애틀은 백차승 덕분에 '로테이션 펑크'를 피할 수 있었다. 가장 큰 근심거리였던 불펜도 모로의 선전이 이어지면서 팀의 강점으로 부상했다. 시애틀 불펜진은 방어율 3.37로 리그 3위에 올라 있다. 이들 콤비는 이미 팀승리를 합작으로 견인한 바 있다. 지난달 27일 캔자스시티와의 홈경기서도 백차승이 7이닝 1실점(무자책)으로 길을 닦자 모로는 8회 3번째 투수로 투입돼 백차승이 남겨둔 주자의 득점을 저지했다. 이들의 활약에 힘입어 시애틀은 상대 타선을 꽁꽁 묶고 9-1로 완승했다. 경기를 치를 수록, 그리고 백차승의 호투가 계속될 수록 모로의 모습도 눈에 자주 띌 것이 분명하다. 팀 투수진의 '양대 복덩이'로 떠오른 이들이 시애틀의 상승세를 계속해서 견인할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일이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