탬파베이, 왜 서재응 포기했나?
OSEN 기자
발행 2007.06.02 14: 24

[OSEN=세인트피터스버그, 김형태 특파원] 탬파베이 데블레이스가 시카고 원정을 마치고 돌아온 주초부터 세인트피터스버그의 트로피카나필드 기자실에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았다. 서재응(30)이 퇴출 후보라는 얘기가 파다했다. 이어 서재응의 거취를 둘러싼 추측 기사가 최근 며칠간 지역 언론에 매일 같이 게재됐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시즌 초반만 해도 서재응의 팀 내 위상은 굳건했다. 연봉도 팀 내 투수 가운데 2번째로 많은 120만 달러를 받아냈다. 스프링캠프에서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에이스 스캇 캐즈미어에 이어 2선발로 정규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자 구단은 결국 그를 40인 로스터에서 제외하는 '강수'를 뒀다. 서재응은 조 매든 감독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지난해 LA 다저스에서 이적하자마자 꾸준한 등판 기회를 약속한 것도, 올 시즌 슬럼프가 계속될 때 믿고 기다려준 것도 매든이었다. 매든은 팀타선이 점수를 올릴 때면 가장 먼저 뛰어나와 축하해주는 '팀플레이어' 서재응의 모습에 가장 흐뭇해 했다. 딱히 주장 역할을 해줄 선수가 없는 상황에서 루키들에게 '규율'을 강조한 고참 다운 행동에도 매든은 고개를 끄덕였다. 탬파베이는 올 시즌을 의욕적으로 출발했다. 3년 연속 100패를 면하다 지난해 101패로 가라앉은 수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야심차게 출발했다. 내심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최하위를 벗어나겠다는 의욕에 넘쳤다. 시즌 초반 활화산 같은 공격력으로 상승세를 탔지만 이내 바닥으로 추락했다. 투수진의 몰락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마무리 알 레예스를 제외한 불펜 전체가 부실한 데다 캐즈미어와 제임스 실즈를 제외한 선발진이 흔들리자 팀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신인 일라이저 듀크스는 아내 살해 협박으로 구단에 평지풍파를 일으키기도 했다. 서재응이 '희생양'이 된 것은 결국 구단의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매든은 서재응을 끝까지 감싸려 했지만 구단 고위층은 팀 분위기 쇄신을 강조하며 '압력'을 넣었다. 마이너리그 유망주들의 준비가 완료된 데다 선발진 3명(서재응, 케이스 포섬, 에드윈 잭슨)의 부진이 계속되자 전격적인 로테이션 교체를 단행하기에 이르렀다. 잭슨의 나이가 24세로 아직 가능성이 충분한 점, 불펜에 좌완요원이 한 명도 없는 현실에서 포섬의 희소성을 감안할 때 결국 서재응이 선택되고 말았다. 더구나 피안타 실점 자책점 등 객관적 지표에서 가장 성적이 좋지 않은 점도 고려 대상이었다. 서재응의 연봉 120만 달러는 탬파베이 입장에서 절대 작은 금액이 아니다. 하지만 웨이버 공시 기간 중 트레이드가 이루어지면 이 돈을 타 팀에 떠넘길 수 있고, 서재응이 트리플 A행을 받아들인다면 시즌 후반 그의 계약을 사들여 다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보인다. 어차피 마이너리그에서 선수를 불러올리려면 로스터 조정이 불가피한데 불펜에서 마땅한 역할을 찾지 못한 서재응이 후폭풍의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는 게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workhors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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