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TV 새 주말 특별기획 ‘불량커플’(최순식 극본, 이명우 연출)이 첫 전파를 탔다. 첫 회 시청률은 10.5%로 상당히 고무적인 수치를 보였지만 드라마 자체에 대한 평가는 의견이 분분하다. 분명한 것은 ‘불량커플’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뚜렷하고 드라마 속 장치들은 그 메시지를 향해 매우 유기적으로 엮여있다는 점이다. ‘불량커플’을 좀더 잘 이해하기 위해 단순한 설정들이 품고 있는 속뜻을 먼저 알아둘 필요가 있다. 김당자 나돌순 한영, 이름들이 왜 이럴까 ‘불량커플’에 출연하고 있는 여배우들은 그 이름이 독특하다. 잡지사 편집장인 신은경은 김당자, 행복한 주부 변정수는 나돌순, 남편에게 배신당하는 아줌마 최정윤은 한영이다. 당자, 돌순, 한영… 첫 글자만 따면 ‘당돌한’이다. 드라마 제작진은 이들 여주인공의 이름에 강한 메시지를 담아 놓았다. ‘당돌한’ 여성캐릭터를 통해 당당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리겠다는 의지다. 나돌순? 혹시 ‘돌아와요 순애씨?’ 변정수가 맡은 인물은 나돌순이다. 언뜻 이름만으로도 낯이 익다. 맞다. 작년 여름 심혜진 박진희 윤다훈이 주연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드라마 ‘돌아와요 순애씨’가 ‘나돌순’의 어원이다. 당시 사람들은 ‘돌아와요 순애씨’를 ‘돌순씨’로 줄여서 불렀고 그것이 나돌순이 됐다. 그렇다면 ‘불량커플’과 ‘돌아와요 순애씨’는 무슨 관계일까. ‘불량커플’의 최순식 작가가 ‘돌순씨’의 극본을 썼고 ‘불량커플’의 이명우 PD는 ‘돌순씨’에서는 조연출을 맡은 인연이 있다. 불량주부, 불량가족, 불량커플? 신애라 손창민 주연의 ‘불량주부’, 김명민 남상미 주연의 ‘불량가족’ 그리고 이번 ‘불량커플’까지. 제목이 주는 연관성이 강하게 느껴진다. ‘불량커플’은 SBS가 연작 형태로 기획한 ‘불량’시리즈의 완결편이다. 불량시리즈는 우리 시대의 급변하는 가족상을 다루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 그 표현방식은 코믹이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결코 코믹스럽지 않다. 오히려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스스로를 깊이 돌아보게 만든다. 젊어진 김하균의 당당한 가발 ‘특급 조연’ 김하균의 가발도 재미있다. 김하균은 가발 하나로 이 드라마를 젊게 만들었다. 노르스름하게 물까지 들인 김하균의 가발은 드라마의 제작발표회 때 처음 공개돼 화제가 됐는데 당시 김하균은 “다른 출연자들하고 나이차가 많이 나, 특히 머리에서, 출연을 고사하다가 캐릭터 변신을 위해서라도 가발을 쓰고 하는 게 좋지 않겠나 싶어 난생 처음으로 가발을 썼다. 보통 가발을 쓰는 많은 사람들이 노출을 꺼려하지만 나는 일부러 숨기거나 하지 않겠다. 오히려 캐릭터 변신의 계기가 되어서 좋다”고 말했다. 김하균의 당당한 가발, 여성 캐릭터들이 ‘당돌한’을 외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최기찬은 왜 하필 식물학자일까 신은경이 유전자를 얻고자 하는 상대 남자는 왜 하필 식물학자일까. 류수영이 연기하고 있는 최기찬은 우리나라 최고 학부의 식물학과 교수이다. 많고 많은 전공 중에 왜 식물학자일까 하는 의문이 절도 든다. 여기도 깊은 뜻이 있다. ‘불량커플’에서 식물은 수동성을 의미한다. 사회적으로 여성과 남성의 기능을 가르는 기준이 그대로 적용돼 동물과 식물로 형상화 됐다. 그런데 이 드라마가 주장하고자 하는 핵심이 전통적인 남녀 기능의 파괴에 있다. 최고 유전자를 가진 남자 최기찬 교수가 수동성의 상징인 식물학자라는 것은 성역할이 뒤바뀐 사회의 중의적 의미를 안고 있다. 100c@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