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SK 감독은 두산이 부럽다?
OSEN 기자
발행 2007.06.04 09: 20

김성근 SK 감독은 지난 5월 29일 두산전에서 선발투수 채병룡이 무려 140구나 던지도록 내버려 뒀다. 초반 7실점(6자책점)으로 무너진 데 따른 문책성 '방치'였다. 아울러 어찌됐든 선발로 써야 할 채병룡이기에 투구감과 요령을 익히도록 하겠다는 '충격 요법'이기도 했다. 그러나 팔꿈치 부상으로 고생했던 채병룡에게는 곤혹스런 시간이었을 터이다. 그 다음날 만난 채병룡은 "힘이 빠지니까 공이 마음먹은 대로 가지 않더라. 5회쯤에는 교체 사인을 줬는데도 안 받아줬다. 그래도 (7회까지 던지면서) 많은 것을 깨우친 시간이었다"라고 얘기했다. 당시 채병룡은 "(6월 3일) 현대전에 로테이션대로 선발로 나간다"라고 말했다. 이 점 역시 '괘씸죄'의 시효는 두산전으로 끝났다는 것을 짐작케 했다. 그리고 지난 3일 문학 현대전에서 마운드로 돌아온 채병룡은 6⅓이닝을 3실점으로 막아냈다. 7회초 가득염이 동점 2타점 적시타를 맞아 승리를 놓쳤으나 7안타 2볼넷을 내주면서도 3-1 리드를 지켜내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투구수는 105개였다. 경기 후(4-3 승) 5연패 탈출과 1위 탈환을 동시 달성한 김 감독은 3연타석 홈런의 박경완과 더불어 채병룡을 승리의 수훈갑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두산전 때 140구를 던지게 한 효과를 봤다"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그 덕분인지는 모르겠으나 채병룡이 이닝이터로서 버텨준 덕분에 SK는 불펜의 릴레이 계투를 피하고도 연패를 벗어날 수 있었다. 최근 두 차례 연속 블론 세이브를 기록한 마무리 정대현의 조기 투입도 없었다. 그 만큼 경기 시간(2시간 31분)도 단축됐다. 김성근 감독은 채병룡 외에도 로마노에게 140구 이상을 던지도록 한 적이 있다. 에이스 레이번도 130구 이상까지 던져봤다. 이 점에서 확실한 5인 선발진을 구축하는 데 실패한 SK의 마운드 전술은 리오스-랜들이라는 확실한 '원투펀치'에 의존하는 두산처럼 '이틀은 선발, 사흘은 불펜(혹은 우천 연기)' 위주로 운용하는 것과 흡사한 쪽으로 변모하고 있다. sgoi@osen.co.kr 지난달 30일 두산전 6회말 2사 1,3루 김동주 타석 때 김성근 SK 감독이 이례적으로 직접 마운드에 올라 포수 박경완에게 지시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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