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동안 60경기.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10개월 동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공식적으로 치른 경기수다. 여기에는 정규리그 38경기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칼링컵,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경기가 모두 들어있으니 UEFA 챔피언스리그나 UEFA컵에 출전하지 않았거나 일찌감치 FA컵 토너먼트에서 떨어진 팀이라면 훨씬 경기 수가 줄어든다. K리그는 지난 3월 개막한 이후 지난달까지 3개월 동안 최고 23경기를 치렀다. 삼성 하우젠컵 6강 플레이오프 경기를 치른 수원 삼성과 인천 유나이티드가 23경기를 치렀고 AFC 챔피언스리그와 컵대회 6강 플레이오프를 치른 성남 일화와 전남은 가장 적은 19경기씩을 치렀다. 나머지는 모두 22경기다. 10개월 동안 60경기를 치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비롯해 이보다 경기 수가 적은 나머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구단들도 10개월 동안 A매치 데이를 제외하고는 휴식없이 경기를 치러오는 살인일정이라고 평가받지만 K리그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경기를 치른 셈이다. K리그의 경기수가 이처럼 늘어난 데는 주말 리그, 주중 컵대회라는 원칙을 세웠던 탓이다. 게다가 컵대회는 보통 토너먼트식으로 치러지기 마련인데 홈 앤 어웨이 방식으로 조별리그를 치르다보니 10경기 이상이 더 늘어났다. 이쯤 된다면 조별리그에 이은 플레이오프로 치러지는 컵대회 경기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잉글랜드의 리그 칼링컵의 경우 프리미어리그뿐 아니라 챔피언리그(2부) 등 모든 프로 리그가 모두 참가하기 때문에 토너먼트로 치른다고 항변할지 모르지만 우리도 14개 팀으로 충분히 토너먼트 형식의 컵대회를 치를 수 있다. 짝이 안맞는다면 내셔널리그 상위 2개 팀을 참가시켜 16강 토너먼트를 해보는 방안도 연구해볼 수 있다. 핌 베어벡 감독이 살인적인 리그 일정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것은 패배에 대한 변명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3개월 동안 20경기 이상을 치른 리그 일정에 대해 면죄부가 주어지것 또한 아니다. 베어벡 감독이 "여태껏 지휘봉을 잡으면서 선수들이 이처럼 지친 모습은 처음 봤다"고 말한 것에서 보듯 실제로 종료 10분 여를 남겨놓고 확실히 체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게다가 컵대회는 정규리그보다 훨씬 떨어지는 관중 동원으로 무용론까지 제기되어 왔다. 여기에 UEFA컵 출전권이라는 메리트가 있는 유럽의 리그 컵과는 달리 K리그의 컵대회는 우승컵 외에는 추가적으로 따라오는 전리품이 없다. 실제로 FC 서울은 지난해 컵대회 우승팀임에도 정규리그 우승팀 성남과 FA컵 우승팀 전남처럼 조별리그 없이 6강에 직행하는 메리트를 누리지 못했다. tankpark@osen.co.kr 지난달 30일 수원-성남의 삼성 하우젠컵 플레이오프 6강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