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도 인정한다. 김경문(49) 감독과 두산의 시스템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고 평한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4일 시즌 초반 꼴찌였던 두산이 최근 급상승세를 타며 2위까지 치고 올라온 것에 놀라워하면서도 저력을 인정했다. 허구연 위원은 “시즌 개막전 판도 예상을 할 때 ‘2강 5중 1약’으로 꼽았지만 사실은 두산을 약체로 보고‘2강 4중 2약’이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두산과 김경문 감독이 뭔가 일을 낼 것 같은 느낌이어서 두산을 중간으로 정했다”며 두산과 김경문 감독에게는 남다른 힘이 있다고 설명했다. 허 위원은 먼저 김경문 감독의 ‘카리스마와 기획력’을 꼽았다. 김 감독은 선수생활이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코치시절부터 선수들을 장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풀이했다. 게다가 한 시즌을 구상하고 실천하는 기획력이 훌륭하다고 허 위원은 칭찬했다. 사실 두산 선수단은 선후배간에 보이지 않는 규율이 엄격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서울팀으로서 자율적인 면도 강하지만 선배들이 모범을 보이면서 후배들이 뒤를 잘 따른다고 한다. 여기에 김 감독과 코칭스태프도 실력에 앞서 정신력을 강조, 해보겠다는 의지가 강한 선수를 믿고 끌어준다. 이 때문에 아마시절 이름이 크게 나지 않았던 기대주들이 두산에서는 빠른 시일에 빛을 보는 경우가 많다. 현대에서 방출된 뒤 주전으로 맹활약하고 있는 외야수 이종욱을 비롯해 고영민, 민병헌 등이 대표적으로 빠르게 자리를 잡은 기대주들이다. 이름값만 놓고 볼 때는 타팀에 비해 크게 나을 게 없는 선수들이나 강한 정신력으로 주전 도약을 이뤄낸 선수들이다. 야구에 대한 열의가 누구보다 강한 선수들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어 김 감독이 중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잡초근성’으로 무장한 김 감독의 스타일에 부합하는 선수들인 셈이다. 또 허구연 위원은 두산의 선수육성 시스템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먼저 두산 스카우트의 선수 보는 안목을 높게 평가한 허 위원은 2군 코칭스태프와 1군 코칭스태프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선수 육성을 잘 해내는 것에 높은 점수를 줬다. 1군 주전선수가 부상으로 빠지거나 부진할 때 2군에서 대체선수로 올라와서 제 몫을 다해주는 것은 그만큼 선수 육성 시스템이 잘 돼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주전 포수 홍성흔이 부상으로 제대로 뛰지 못할 때 1, 2군을 오가던 채상병이 선발로 마스크를 쓰고 투수들을 잘 리드하는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라는 게 허 위원의 주장이다. 2군에서 제대로 포수로서 기량을 연마했기에 1군에 올라와서 주전 포수의 빈 자리를 훌륭하게 메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박명환이 LG로 옮긴 투수진에도 4년차 김승회, 신인 임태훈 등이 주력으로 자리를 잡고 팀 승리에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두산은 선수단이 김 감독을 중심으로 하나로 뭉치는 강한 정신력과 육성 시스템을 앞세운 야구로 올 시즌 또다른 돌풍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물론 8개구단 최고의 선발 원투펀치(리오스, 랜들)과 강타자 안경현, 김동주 등 기존 스타들이 제 몫을 다해주고 있는 것도 상승세의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시즌 초반인 4월 최하위에서 헤매다 5월 가파른 상승세로 돌풍을 일으킨 두산이 포스트시즌에 진출, 1982, 1995, 2001년에 이어 4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낼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하다.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