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세인트피터스버그, 김형태 특파원] 뉴올리언스(뉴욕 메츠 산하 트리플A)를 떠나기로 한 박찬호(34)는 새로운 야구인생을 어떻게 설계하고 있을까. 박찬호는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간) 보류권을 풀어달라는 요청이 받아들여져 '조건없는 방출'의 수순으로 다시 FA가 됐다. 아직 야구인생을 접기에는 젊은 나이인 만큼 당연히 또 다른 구단 입단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에이전트 제프 보리스가 물밑에서 조율을 거쳐 새로운 구단을 알아봤을 것이고, 새로운 구단과의 계약 사실이 머지 않아 공개될 전망이다. 한국이나 일본 무대 진출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할 일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는 박찬호다. 선발투수진이 부실한 여러 구단이 거론되고 있는 현재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박찬호 본인의 마음이다. 사실 박찬호는 이미 메츠와 결별할 기회가 있었다. 지난달 1일 플로리다전서 4이닝 7실점 후 방출대기(designated for assignment) 통보를 받은 그는 빅리그 11년차 경력을 앞세워 이를 거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박찬호는 말없이 트리플A행을 받아들이며 재기를 노렸다. 이후 마이너리그에서 5경기를 더 치른 뒤 박찬호는 메츠와 인연을 접기로 결심한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 5경기다. 박찬호는 최근 5경기 가운데 4경기에서 6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지난달 28일 오마하 원정경기(4⅔이닝 7실점)를 제외하면 줄곧 무난한 피칭을 펼쳤다. 특히 이달 3일 솔트레이크시티와의 홈경기에선 7⅔이닝을 5피안타 8탈삼진 1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시즌 최다이닝과 함께 가장 뛰어난 피칭내용이었다. 초반 지적됐던 꾸준한 투구가 이어지면서 다른 선택을 할 때가 됐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2월 중순 스프링캠프부터 시작해 6월초까지 박찬호는 내내 피칭 메카니즘을 점검하는 데 온 힘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자신의 구위에 자신감과 믿음을 갖게 됐기 때문이라는 풀이가 가능해진다. 물론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는 무대가 다르다. 마이너리그서 잘 던졌다고 메이저리그에서도 반드시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박찬호 정도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이 마이너리그 성적에 일희일비할 이유는 없다. 이미 빅리그서 '검증'이 끝난 만큼 스스로 생각하는 문제점을 고치는 데 주력하기 마련이다. 박찬호가 초반 마이너리그서도 들쭉날쭉했던 점은 이런 측면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트리플A 경기에는 각 구단 스카우트들이 빠지지 않고 참관한다. 박찬호의 최근 호투를 여러 구단 관계자들도 접했을 것이다. 박찬호 본인도 새로운 기회를 찾겠다는 판단을 할 만큼 최근 호투는 인상적이었다. 박찬호가 입단할 새로운 구단명도 팬들의 궁금증을 자극하지만 이와 함께 그의 구위가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다시 압도할 만큼 회복됐는지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한편 박찬호가 새로운 구단과 계약할 경우 메츠로부터 확보한 기존 연봉 60만 달러와의 차액은 메츠가 부담한다. 박찬호가 올 시즌 소속팀을 구하지 못할 경우에만 메츠는 60만 달러 전액을 부담해야 하나 이럴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