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km대의 광속구를 던져도 안타를 맞으며 무너지는 투수가 있는가 하면 130km에도 못미치는 직구로도 타자들을 농락하는 투수가 있다. 삼성 투수 최고참 전병호(34)의 얘기다. 전병호는 직구 최고 시속이 130km도 안나오지만 '흑마구'를 앞세운 구석을 찌르는 코너워크와 노련함으로 타자들을 잠재운다. 전병호의 위력은 5일 대구 롯데전에서도 빛났다. 이날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직구 최고 구속 127km에 불과했으나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와 구석구석을 찌르는 완벽한 컨트롤을 뽐내며 6이닝 4피안타 2볼넷 1탈삼진 1실점으로 롯데 타선을 잠재우며 시즌 4승을 챙겼다. 롯데 타자에게 강한 면모를 보이는 특별한 비결이 있냐고 묻자 전병호는 "특별한 건 없고 팀이 4연승을 달리고 있는 만큼 집중해서 던지려고 노력했는데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지난 1일 대전 한화전 이후 4연승을 기록 중인 삼성의 선동렬 감독은 이날 경기 후 "우리가 먼저 득점 기회를 잡았으나 찬스를 살리지 못하고 실점 위기를 내줬다. 그러나 타자들이 점수를 뽑아내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선 감독은 "선발 전병호가 6회까지 잘 막아줬다. 3-0으로 앞선 상황이라 권혁과 오승환을 쉬게 하고 싶었으나 결과적으로 그렇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선 감독은 "이달 들어 팀 전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바짝 추격하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강병철 롯데 감독은 "우리 타자들이 전병호의 공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 것이 패인"이라고 답했다. wha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