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온 강혜정이 5%에도 못미치는 낮은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다. KBS2 TV의 월화드라마 '꽃찾으러 왔단다'에서다. 경쟁 프로인 SBS '내 남자의 여자'가 30%를 웃돌며 고공비행을 할 때 애국가 시청률 수준으로 거침없이 낙하하는 중이다. 왜? AGB닐슨 집계에 따르면 5일 '꽃찾으러 왔단다'의 전국 시청률은 4.4%. 지난 5월 14일 첫 방송 때 기록한 7.1%에서 크게 떨어졌다. 차태현 강혜정, 두 스크린 스타의 안방극장 컴백작으로는 실망스럽던 출발 성적에서 그나마 더 하락했다. 당시 같은 시간대 '내 남자의 여자'는 23.7%로 자체 최고시청률을 다시 썼다. 그로부터 3주뒤, 두 경쟁프로의 시청률 차는 하늘과 땅처럼 벌어지고 있다. 5일 '내 남자의 여자'는 전국 34.5%, 서울 지역 39.4%로 높이 날았다. 그 여파로 MBC의 강성연 주연의 '신현모양처'도 6.5% 시청률에 그치는 등 전국은 지금 김수현 작가의 2007년식 불륜 이야기에 빠져드는 중이다. 결국 강혜정이 드라마 복귀작에서 시청률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첫째 이유는 경쟁프로의 강세다. 김희애 배종옥 하유미 김상중 등 베테랑 연기자들이 포진하고 방송계의 거물 김수현이 뒤에서 받쳐주는 '내 남자의 여자'로 인해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둘째는 코믹과 멜로를 적당히 섞은 듯한 '꽃찾으러 왔단다'가 당초 제작 의도와 달리 그 어느 쪽으로도 시청자 공감을 얻어내는 데 실패한 탓이다. 장의사 집 외동딸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돈 벌기를 일생의 목표로 삼은 나하나(강혜정)가 주인공이다. 사기를 당해 애써 모은 돈을 날린 뒤 가출한 그녀, 간호사 등 온갖 직업을 전전하다 불치병에 걸린 벼락부자 왕대박(차태현)을 만나 결혼을 작정한다. 그러나 왕대박의 진짜 정체는 사실 가난하고 지독히 운도 안따르는 한량일뿐. 소재는 기발하고 참신했지만 이어지는 스토리의 연결 고리들은 억지스럽다. 거기에 시청자를 드라마에 몰입시켜줄 연출과 편집의 힘도 다소 떨어진다. 결국 강혜정 차태현 주연에 이정길 김혜옥 강신일 정애리 김지훈 등 '내 남자의 여자'보다 결코 못하지 않은 출연진을 갖고도 맥을 못추고 있다. 이 프로의 시청자게시판에는 '강혜정의 연기력에 다시 한번 놀랐다' '시청률이 너무 낮은 게 이상할 정도'라는 응원 글들이 주류다. 어떻게보면 시청자가 적다보니 안티 팬들이 들어서기도 전에 마니아만 남게 된 때문일 가능성도 크다. . 어찌됐건 가장 개성있고 연기력 뛰어난 대한민국 20대 여배우로 꼽히던 강혜정이 기대만큼의 시청자 흡인력을 선보이지 못한 사실은 분명하다. 엽기적인 그녀, 나하나의 역할이 극을 이끌어가는 핵심인만큼 다른 출연진보다 강혜정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지난해 4월 멜로영화 '도마뱀' 전과 후로 강혜정은 연기 인생에서 분기점을 맞았다. '올드보이' 이후 '웰컴 투 동막골' '연애의 목적' 등에서 신들린 듯한 연기로 절찬을 받았던 그녀는 '도마뱀' 제작발표회 무렵부터 전혀 달라진 얼굴로 기존의 팬들을 찾아왔다. 치아 교정으로 얼굴 모습이 확 바뀌면서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던 돌출 스타일의 입 모양이 완전히 사라졌고 기존 팬들은 더 예뻐지고 새로워진 강혜정을 낯설어 했다. 결과적으로 '도마뱀'은 흥행 실패를 했고, 이후 정신지체 20살 아가씨로 분했던 감동 드라마 '허브'도 큰 재미를 보지못했다. 그녀의 연기력은 여전히 아무도 흠잡을 바 없었지만 흥행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그녀가 악전고투를 거듭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는 상대가 바로 강혜정 자신인 탓이다. 치아교정으로 용모가 달라지기 전까지 강혜정은 강하고 개성있는 연기와 더불어 판에 박은 듯한 요즘 20대 여배우들의 미모와 전혀 다른 매력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그랬던 그녀가 예쁘고 앳된 모습으로 180도 변신하면서 그동안 쏟아졌던 찬사와 호응은 상당 부분 실망으로 바뀌었다. 익숙치 않은 강혜정의 얼굴에 관객과 시청자들은 생소함과 어색함을 느꼈고, 결국 연기에 몰입하기 보다는 그녀의 변화에 더 주목하는 악영향을 낳고 있다. 강혜정은 신인으로서의 출발보다 더 힘든 상황을 겪고 있다. 바뀐 이미지로 생긴 안티 여론까지 잠재워야 하는 까닭이다. 그녀는 이 난관을 돌파할 수 있을까. '꽃 찾으러 왔단다'의 시청자게시판은 그 미래를 조금이나마 엿볼수 있는 무대다. 결코 눈물을 흘려본적이 없는 소녀, 나하나가 돈 보다 중요한 사랑을 알아가는 과정을 온 몸으로 보여주는 강혜정의 모습에서 얼굴 보다 연기로 승부하는 배우로서의 진면목이 드러나고 있어서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