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의 공채 개그맨으로 연예계에 데뷔했지만 아직 주목을 받지못한 무명 개그맨이 “재연 배우의 죽음? 그런 사람들은 많고 그 일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음지에서 고생하는 연예인들의 실생활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재연배우 고 여재구씨의 안타까운 사연으로 무명 연예인들에게 조명이 쏠리는 요즘, 대학로 지하의 소극장 무대에서 땀을 흘리며 공연중인 최기정 권주형을 만났다. 두 사람은 컬투 패밀리 ‘새싹발표회’에서 진짜 ‘새싹 개그맨’들과 함께 활동중으로 2005년 5월 SBS 공채에 합격한 3년 차 개그맨이다. 아무나 들어가기 힘들다는 문턱 높은 방송국, 지상파 3사 중 하나인 SBS에 합격했을 때 그들은 얼마나 기뻤을까. 앞으로 모든 일이 만사형통하고 ‘웃찾사’를 시작으로 방송국을 넘나들며 자신의 얼굴을 TV로 보고,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널리 알리는 꿈을 꾸었다. 그런 기대는 올해로 딱 3년이 되는 시점에서 모두 꿈이었다는 사실을 이들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동기 개그맨 가운데는 ‘따라와~’의 유행어를 히트시킨 정주리와 ‘귀여워~’의 김현정이 있다. 33명의 공채 개그맨 중에서 대중에게 이름과 얼굴을 널리 알린 사람은 단 두 사람뿐이다. 유쾌한 농담으로 연거푸 기자를 웃게 만든 최기정(29)씨는 “결혼을 했는데 집사람이 아프면서도 돈 벌러 나갈 때 마음이 가장 아프다”며 아내에게 그 동안의 미안했던 마음을 밝혔다. 사람들이 아무도 얼굴을 몰라주는 개그맨인 것에 대해 “방송국에 가도 후배들이 나를 못 알아 본다. 동기인 주리가 같이 있어서 인사할 때는 '선배 개그맨인가 보다' 하며 묻어서 인사를 한다”며 착잡한 심정을 전했다. 또 개그계의 현실에 대해 “동기 개그맨이나 선배들을 보면 한 주 나가고 그 다음주부터 통째로 편집 돼서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 개그계는 웃겨야만 캐스팅되는 정직한 세계이지만, 못 웃기면 바로 잘리는 냉혹한 세계”라고 밝혔다. 최기정씨와 동갑내기 친구이자 SBS 8기 공채 개그맨인 권주형씨는 “집에 내려갈 때 부모님이랑 함께 있는데 ‘웃찾사’ 볼 때는 다른 거 보자고 한다”고 말했다. 또 “부모님이 개그프로 보면서 '서울간지가 언젠데 아직 나올 때 안됐냐'고 물을 때 가장 마음이 안 좋다”고 밝혔다. 하지만 “방송에 나가게 되면 녹용 사가서 금의환향하고 싶고 부모님 해외여행 보내드리고 싶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또 권주형씨는 “공채 되면 쉽게 TV에 나오는지 아는데 사실 그렇지가 않다”며 “주위에서 너 동기는 나오는데 넌 왜 안 나오냐고 물을 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래도 개그의 열정은 계속된다. 어려운 실행활을 얘기하는 와중에서도 “앞으로 잘 되겠죠”라고 한입으로 말하며 마음 다잡기를 잊지않는다. 앞으로의 그들의 미래에 대한 질문에 최기정씨는 “고 김형곤 선배처럼 스탠딩 개그를 하고 싶다”며 “마을회관 여기저기 찾아가면서 사람들에게 웃음을 전해주고 싶고 나중에는 미국 카네기 홀에서 공연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새싹 발표회’에서, 근육으로 다져진 몸을 노출해, 여성 관객의 호응을 한 몸에 받았던 권주형씨는 “개그계의 몸짱으로 승부를 던지고 싶다”며 “몸으로 일단 시선을 모으고 진짜 웃긴 개그를 선보이겠다”며 "오달수, 이문식, 임현식 선배들 같은 코믹한 캐릭터의 연기를 하고 싶다. 개그로 시작해서 코믹 배우로 꿈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최기정씨는 마지막으로 “언젠가 때가 올 것이다. 인간사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지 않습니까”라며 다시 공연이 끝난 소극장 무대 위에 올라갔다. 무대의 막은 내렸지만 그들의 공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최기정 권주형 두 사람 모두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개그를 선보일 그 때가 빨리 이루어져서 인생의 제2막이 화려하게 열리길 기대해 본다. crystal@0sen.co.kr 대학로에 위치한 지하 소극장에서 만난 두 사람. 왼편 최기정 오른편 권주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