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성적은 돋보이지 않지만 어떤 타자보다도 무서워한다. 현대 코칭스태프는 한화 3루수 이범호(26)만 보면 몸서리를 친다. 지난 5일 현대와 한화전이 열리기 전 수원구장. 현대 코치들은 상대팀 이범호의 이날 출장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범호가 최근 타격 부진으로 3일 삼성과의 경기 선발 라인업서 제외됐기 때문에 이날도 어떨지 궁금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범호는 현대 코칭스태프의 바람과는 달리 당당하게 이날 선발 라인업에 들어있었다. 선발 3루수 겸 6번타자였다. 현대 코치들의 한숨이 나온 것은 당연지사. 현대 코치들은 "이상하게 이범호한테 우리 투수들이 힘을 못쓴다. 이범호는 현대만 만나면 방망이감을 잡는다"며 골치 아파했다. 아니나 다를까. 전날까지 1할9푼2리로 극심한 타격 부진에 빠졌던 이범호는 이날 현대전서는 펄펄 날았다. 이범호는 1회 적시타를 시작으로 4회 현대 선발 김수경으로부터 솔로 홈런을 터트리며 방망이감을 확실하게 잡았다. 4회 솔로 홈런은 풀카운트에서 바깥쪽 낮은 직구를 걷어올려 가운데 담장을 넘긴 125m짜리였다. 4월 25일 대전 LG전서 최원호로부터 6호 홈런을 뽑아낸 지 41일 만에 맛본 홈런이었다. 이후 타석에서는 볼넷 2개를 추가해 이날 3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팀승리에 기여했다. 이범호는 기록면에서는 현대전에서 두드러지지 않는다. 올해는 이날 이전까지 20타수 2안타였다. 또 지난해 현대전 성적도 60타수 16안타로 타율 2할6푼7리로 평범했다. 하지만 이날처럼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을 터트려 현대 벤치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올해도 벌써 2홈런 5타점으로 힘을 내고 있고 지난해 현대전에서도 2루타 5개, 1홈런으로 장타력이 돋보였다. 이범호는 이날 이전까지 부진한 타격으로 김인식 한화 감독의 특별지도는 물론 "계속 부진하면 8번까지 타순을 내리고 그래도 안되면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겠다"는 엄포성 발언까지 들을 정도였다. 그런 이범호가 현대를 만나 방망이 감을 확실하게 잡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현대 코칭스태프에게 이범호는 '호환, 마마보다도 더 무서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이범호에게 현대는 매일 만나고 싶은 팀인 반면 현대에게는 보고싶지 않은 얼굴인 것이다.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