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때는 형편없는 꼴찌팀이요 이길 때는 우승팀 같다". 요즘 잘나가는 김경문 두산 감독의 말이다. 승패 때문에 희비의 쌍곡선을 긋는 감독들의 심정이다. 말 그대로 승리와 패배는 만병통치약이자 치명적 바이러스다. 그래서 감독들은 매일 지옥과 천국을 오가는 극심한 심리적 변화를 겪는다. 실제로 지난 5일 광주구장의 덕아웃 풍경은 사뭇 달랐다. 어느새 1위를 넘보고 잇는 김 감독은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여유와 미소가 가득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상대팀 덕아웃의 KIA 서정환 감독은 얼굴에서 웃음기는 사라졌고 말수도 적어졌다. 두산은 시즌 초반 불안했다. 개막 1승1패 후 곧바로 6연패를 당하면서 회생의 기미가 없는 듯했다. 그러나 5월에만 5연승 두 차례 등 15승 8패로 바짝 끌어올리더니 6월에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제 1위를 다투고 있는 강한 팀이 됐다. 김경문 감독은 "원래 승패라는 것이 그렇다. 팀이 질 때는 도무지 팀 같지도 않게 보인다. 모든 게 약하고 허점투성이다. 그러나 이기기 시작하면 좋은 팀으로 바뀐다"며 껄껄 웃었다. 그리고 최하위에서 허우적대는 KIA에 응원의 말까지 하는 여유를 보였다. 그는 "KIA도 마찬가지다. KIA는 조금 있으면 괜찮은 팀이 될 것이다. 투수들이 정비되면 좋은 팀으로 바뀌고 성적도 올라올 것이다"고 말했다. KIA는 시즌 개막 전만 해도 선두권에 포진할 팀으로 꼽혔다. 모두들 막강한 투수력을 부러워했다. 하지만 개막 두 달 만에 투타 붕괴와 함께 초라한 성적표를 들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서정환 감독도 원기를 회복해 김경문 감독처럼 상대팀을 배려하는 여유를 부리는 날이 오게 될지 주목된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