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전에 야구하면서 오랜만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얼마 전 한 고교 투수가 눈물의 역투를 펼쳐 화제가 된 적이 있지만 프로야구에서도 남몰래 눈물을 흘리는 선수들이 많다. 2군에서 눈물젖은 빵을 씹는 후보선수들은 물론이고 1군 주전이지만 부진한 선수들도 마찬가지이다. 올 시즌 현대 유니콘스의 주전 유격수로 뛰고 있는 지석훈(23)이 남몰래 눈물을 흘린 사연을 털어놓았다. 지석훈은 지난 6일 한화전서 팀승리(6-3)의 수훈선수로 선정된 후 경기 전 방망이가 안맞아 혼자 눈물을 흘렸다고 밝혀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9번타자로 출장한 지석훈은 이날 4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의 멀티안타를 치며 오랜만에 스트레스를 날려버렸다. 최근 6경기 무안타의 부진 끝에 나온 귀중한 2안타였다. 시즌 4번째 멀티안타였다. 올해로 프로 5년차인 지석훈은 시즌 초인 4월 중순부터 작년 주전 유격수 서한규를 제치고 선발로 뛰고 있다. 유격수 수비에서는 갈수록 안정이 돼가고 있지만 방망이는 영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런 그가 눈물까지 흘리며 마음을 다잡은 결과가 이날 호타로 연결된 것이다. 지석훈은 “주전으로 출장하는데 타석에 들어가서 백스크린을 쳐다보면 전광판에 나와 있는 1할대 타율이 부끄러웠다. 경기 전 이명수 타격코치에게 특타를 자원하는 등 마음을 더 독하게 먹고 경기에 임하니까 집중력이 좋아졌다. 집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했다”며 ‘눈물투혼’ 효과에 뿌듯해했다. 김시진 감독은 이날 승리의 수훈선수로 지석훈을 선정해 격려했다. “수비는 갈수록 자신감이 생긴다. 기본에 충실한 플레이에 집중하고 있다”는 지석훈은 “실책에도 계속 믿고 기용해주는 감독님께 감사하다. 또 방망이 부진에도 힘내라고 격려해주는 동료들과 코칭스태프에 감사하다. 이제 신인 티를 벗어날 때도 됐는데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더 열심히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지석훈을 공수를 겸비한‘완전한’ 주전 유격수로 키우고 있는 코칭스태프도 점점 달라지고 있는 지석훈의 플레이를 인정하고 있다. 염경엽 수비코치는 “기본적인 자질은 충분하다. 다만 내성적인 성격으로 좀 더 적극적인 플레이가 요구된다. 공을 잘 쫓아가 경험이 쌓이면 더 좋아질 것”이라며 유격수로서 수비력을 높게 평가했다. 더 보강해야 할 부분인 타격을 지도하고 있는 이명수 타격코치는 “아직 미흡한 게 많지만 마음의 여유를 갖고 집중력 있는 타격을 해야 한다. 유격수도 기본적으로 2할5푼 이상의 타율은 올려야 한다. 펀치력은 괜찮다”며 좀 더 분발을 당부했다. 고교시절(휘문고)에는 특급 내야수감으로 기대를 모았던 지석훈은 현재 타율 1할7푼에 1홈런 7타점으로 부끄러운 성적이지만 ‘눈물 투혼’을 더욱 빛내기 위해 매경기 집중력 있는 경기를 펼칠 태세다. sun@osen.co.kr 펀치력이 좋아 종종 장타를 날리는 지석훈이 홈런을 날린 후 이광근 3루 주루코치의 환영을 받는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