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4강에 들지 못하면 내 실수가 무엇인지 돌아보겠다'. 핌 베어벡 대표팀 감독이 자못 비장한 출사표를 던졌다. 오는 7월 동남아 4개국에서 벌어지는 AFC 아시안컵에서 4강에 들지 못하면 사퇴를 고려해 보겠다는 것. 베어벡 감독은 지난 6일 UAE(아랍에미리트연합)와의 2008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 2차예선 최종전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시안컵 4강에 들지 못하면 내 실수가 무엇인지 되돌아 볼 것이다. 만약 내 실수가 많으면 사퇴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베어벡 감독이 아시안컵이 시작되기도 전에 4강 이상이라는 목표 설정과 함께 사퇴 고려라는 카드를 든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은 아시안컵에 대한 자신감의 피력이라고 볼 수 있다. 비록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 등 해외파들의 참가가 불투명하지만 나머지 선수들의 기량이 부쩍 성장했기 때문. 특히 이천수, 이근호, 염기훈 등이 자신감을 보이고 있어 이들을 전면에 내세워 아시아 정복을 꿈꾸는 것이다. 여기에 강호들과의 연속적인 경기를 통해 경험을 쌓은 것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지난 1월 그리스전에서 승리했고 우루과이와 네덜란드전에서 각각 0-2로 패배했지만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었다는 것에서 자신감을 얻은 듯하다. 베어벡 감독은 네덜란드전이 끝난 후 "후반전은 압박 축구를 하며 시작이 좋았다" 며 선수들을 칭찬했다. 강민수, 김진규로 이어지는 중앙 수비라인도 유럽 최고의 공격수들을 상대로 좋은 수비력을 보여주며 안정을 찾기 시작한 것도 베어벡 감독에게 큰 힘이다. 실제로 강민수와 김진규는 네덜란드전 이후 가진 UAE전에서 침착하면서도 탄탄한 수비력을 선보이며 한층 성장한 모습이었다. 자신감의 피력과 동시에 베어벡 감독은 현재 자신이 처한 부정적인 상황을 타개하겠다는 목적도 가지고 있다. 네덜란드전 패배 이후 K리그의 빡빡한 일정을 강하게 비판함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 특히 패배에 대해 훈련시간이 부족했다거나 선수들에게 문제가 있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당장 앞으로 다가온 아시안컵에 모든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해 아시안컵 4강 이상이라는 목표를 설정한 것이다. 여기에 목표 달성 실패시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잘못이 있을 경우 '사퇴' 하겠다라는 카드를 끄집어내 더이상 자신을 흔들지 말아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모든 것은 아시안컵에 집중되어 있으니 아시안컵 결과를 보고 평가를 해달라는 것. 자신감과 동시에 모든 평가는 아시안컵 이후에 해달라고 부탁한 베어벡 감독. 과연 그가 아시안컵 이후에도 대표팀의 선장으로 항해를 계속할 수 있을지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지휘봉을 넘겨줄지 아시안컵에서 결정날 것이다. bbadag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