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규야, 자신감 잃지마라".
선동렬(44)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지난 6일 2군으로 내려간 이병규(33)에게 일본 주니치 드래건스 선배로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선 감독은 "이병규의 플레이가 설렁설렁하는 것처럼 보여 오해를 살 수 있다. 일본 사람들은 그런 모습을 결코 좋아하지 않는다"고 충고했다.
이어 선 감독은 험난했던 주니치 이적 첫 해 이야기를 늘어 놓았다. 선 감독은 "처음 일본에서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힘들었다. 몇 번 고전하면서 내가 이렇게 하려고 여기 왔나 하는 생각도 많이 하며 한국으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했다"며 힘겨운 데뷔 첫 해를 회고했다. 또 "일본어로 이야기하면 내게 욕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한편으로는 죄책감도 들었다"고 토로했다.
입단 당시 1군 마무리로 기대받았던 선 감독은 2군으로 내려간 뒤 다시 1군에 올라 왔을 때 중간 계투로 뛰었다.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지고 있는 경기에 출전하는 것에 대해 선 감독은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매번 지는 경기에만 출전하니 운동장에 가는 것이 두려울 정도. 선 감독은 "가끔 팀이 이기고 있어 내가 안 나가게끔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선 감독이 생각하는 일본 야구 적응 비결은 부담감을 떨쳐내는 것. 그는 "일본은 한국과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돔구장과 수많은 관중들을 보면서 국내보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커진다"고 말했다. 또한 선 감독은 "잘한 만큼 대우받는다"며 실력만이 살 길임을 강조했다.
선 감독의 표현에 따르면 일본은 스타에 대한 예우가 아주 뛰어나 실력만 좋으면 대통령도 부럽지 않을 정도. 그는 "데뷔 첫 해는 지옥처럼 느껴졌지만 이후 3년은 천국 같았다"고 표현했다. 선 감독은 일본무대 데뷔 첫 해 고전했으나 이듬해 38세이브포인트를 올려 당시 정규시즌 최다 기록을 세우며 정상급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선 감독의 데뷔 첫 해 힘겨운 시절은 훗날 국내 최고 명장으로 성장하기 위한 원동력. 엘리트 코스만 밟아 오며 2군 선수들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같이 고생하면서 그 마음을 알게 된 것. 선 감독은 이병규에 대해 "2군에 내려갔다고 실망해서는 안된다.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수 있다"며 이를 발판 삼아 도약하기를 기대했다.
선 감독과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은 데뷔 첫 해 어려움을 딛고 일본 최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지금 그들에게 데뷔 첫 해 힘겨웠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보면 웃으며 회고하곤 한다. 이병규도 이들처럼 훗날 여유있는 모습으로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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