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근의 ‘관객모독’, 주인공은 배우가 아닌 바로 ‘You’
OSEN 기자
발행 2007.06.07 19: 58

무대 위 배우들은 끊임없이 재잘거린다. 뭔가 말하는 것 같기는 한데 영 뜻이 전달되지 않는다. 서로의 대사는 단절돼 있고 가끔 구렁이 담 넘어가듯 다른 뜻으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언어의 본질인 의미 전달을 파괴한 채 단순히 말을 놀이 삼는다. 그러나 분명 메시지는 있다. 언어유희에서 시작해 결국 연극 및 사회 풍자로까지 번진 이 연극은 다름 아닌 양동근의 첫 연출작 ‘관객모독’이다. 연극의 중심은 랩과 힙합 형식을 차용한 말의 파티다. 배우의 대사는 끊임없이 돌아다닌다. 하지만 돌기만 할 뿐, 한 곳(의미)에 정착하지 않는다. 연극에서 대사가 상대방 그리고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면 이 대사는 가치가 없는 것이다. 어떤 스토리를 만들지 못하고 단 하나의 메시지만을 주문처럼 외운다. “이건 무대가 아니다. 당신은 연극을 기대 하지만 그 기대는 깨질 것, ‘나’를 잃지 말라.” 이처럼 연극에서 객체에 불과한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나’를 일깨운다. 또 가만히 들어보면 규칙 없이 열거되는 말은 우리 주위에서 익숙히 들을 수 있는 것들이다. 그 중에는 코미디언 서영춘의 랩이 있고, 만담도 있고, 시위 구호, 목사의 설교, 아나운서 스포츠 중계 등등 다양한 말의 표현 형식이 존재한다. 존재하는 모든 말의 표현 방식을 가지고 파티를 열었다. 끊임없이 “이건 연극이 아니야”라고 부정하더니, 중반부터는 본격적으로 정형화된 이야기 방식(이야기)을 풍자한다. 여자의 선심을 얻기 위해 남자가 선사하는 다이아몬드 목걸이, 남자가 여자를 가마니 들 듯 안아올리기, 여자에겐 섹시한 이미지만을 강요 등등 다양한 클리셰를 풍자한다. 마침내 비판은 관객을 향한다. 심한 욕지거리도 거침없이 내뱉는다. 그러나 가만히 들어보면 그것은 연극의 객체가 아닌 주체로 참여해준 ‘당신(관객 아닌 관객)’을 환영한다는 말이다. 그렇게 연극 ‘관객모독’은 관객을 모독함과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관객을 숭배하며 마친다. 이 연극의 연출가는 다름 아닌 배우이자 가수 출신 양동근. 7일 오후 서울 홍대 근처 한 클럽에서 그가 처음으로 연출한 ‘관객모독’이 드디어 공개됐다. 지난 2005년 ‘관객모독’의 배우로 등장했던 양동근은 이번에는 연출을 맡았다. 홍대 클럽이란 장소, 랩과 힙합이 주류가 돼 다시 태어난 양동근 표 ‘관객모독’은 과연 이색적이었다. 자유의 상징 양동근은 음악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접목시켜 이 작품을 새로이 했다. 무얼 전달하기보다는 단지 현재성이 있다는 점에서 랩과 이 작품은 교집합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예술 감독을 맡은 기국서는 연출자 양동근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이 작품도 변해야 한다. 현대니까 현대에 맞아야 한다. 양동근의 작품 해석이나 음악적 태도, 자유를 상징하는 점 등을 바탕으로 그에게 맡겼다”고 밝혔다. 이어 기국서는 ‘클럽’이란 장소성에 대한 또다른 의미도 밝혔다. 자본의 논리에 의해 홍대 안에서 연극이란 한 문화의 장르가 지워져 가는 것, 이 점을 클럽에서 연극을 함으로써 성토하고 싶었단다. 발칙, 도발, 통쾌를 넘나드는 부조리극 ‘관객모독’. 말과 무대, 인식에 대한 비판에 이어 본격적으로 관객에 대한 비판까지 이어진 이 모든 과정은 ‘낯설게 하기’ 방식을 통해 가장 극렬히 메시지를 던진다. 양동근의 ‘관객모독’은 바로 당신이 주인공이자 바로 그 시간을 허구의 시간이 아닌 진실한 현재하는 시간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9pd@osen.co.kr '관객모독'의 주인공들.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