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37)와 김아중(25), 두 김씨가 올 해 첫 메이저 영화상서 세게 맞붙었다. 8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제44회 대종상 여우주연 부문이다. 김혜수는 지난해 추석 대목의 절대 강자였던 '타짜', 김아중은 연말연시 흥행 돌풍을 몰고온 '미녀는 괴로워'로 후보에 올랐다.
올 대종상 여우주연 후보는 모두 5명. 두 사람 외에 '호로비츠를 위하여' 엄정화, '올드미스 다이어리' 예지원', '사랑따윈 필요없어' 문근영이 트로피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영화평, 관객 인기도, 흥행 성적 등을 고려했을 때 두 김씨의 양자 대결이 유력하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네티즌 1천여명을 상대로 설문를 벌인 결과에서도 김혜수(42.5%), 김아중(36.0%)에게 전체의 80% 가까운 몰표가 쏟아졌다.
한국영화의 안방마님이나 다름없는 김혜수와 새로이 스크린의 강자로 급부상한 김아중의 이번 대결은 여러가지 면에서 흥미를 모으고 있다. 먼저 김혜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섹시 여배우의 대명사로 20여년 톱스타 명성을 이어가는 중이다. 1986년 박중훈과 영화 '깜보'로 데뷔한 이래 수많은 히트작을 찍었고 인기 드라마 출연으로 브라운관을 달궜다.
수상 경력도 그에 걸맞게 화려하다. 청룡과 대종상, 백상, 춘사 등 주요 영화제에서 여우상을 한 두차례씩 차지한 바 있다. MBC와 KBS의 연말 연기대상 수상 경력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 그녀가 한동안의 흥행 부진을 깨려고 절치부심 끝에 출연한 영화가 지난해 가을 '타짜'였고 돌팔매 한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첫째 전국 700만명에 육박하는 관객 동원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둘째 뇌쇄적 미소와 풍만한 육체로 도박판을 떠도는 요부 정마담 역으로 생애 최고의 연기라는 찬사를 들었다.
'타짜' 이후 김혜수는 승승장구다. '바람피기 좋은 날'과 '좋지 아니한가'를 연속으로
개봉했고 새 영화 '모던 보이'를 준비중이다. 캐스팅 제의가 부쩍 줄어든 한국영화의 침체기를 아랑곳하지 않고 줄기차게 잘나가는 배우가 바로 그녀다.
이에 비해 김아중은 짧은 경력에도 불구, 엄청난 기세로 급부상하고 있어 화제다. 두번째 영화 출연이자 첫 주연작 '미녀는 괴로워'로 확실한 스타 자리를 굳혔다. 연기면 연기,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등 21세기형 엔터테이너다운 3박자 재능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연기보다 CF로 먼저 연예계에 입성한 그녀, 드라마와 영화로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더니 불과 3년만에 톱스타 대열에 합류했다. 전국 620만 관객(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을 불러모은 '미녀는 괴로워'는 김아중에 의한, 김아중을 위한, 김아중의 영화였다. 연기력 인정은 물론이고 직접 부른 OST '마리아'가 온 오프라인 가요 차트까지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김아중도 '미녀는 괴로워'이후 CF, 드라마, 영화 등의 캐스팅 0순위에 오르며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드디어 이번 대종상 영화제에서는 여우주연상 후보로 노미네이트됨과 동시에 진행까지 맡았다.
공교롭게도 김혜수는 대종상과 쌍벽을 이루는 청룡영화상 진행을 단골로 맡고 있다. 그녀의 섹시 아성에 도전하는 신예 김아중은 메인 MC로 대종상과 첫 인연을 맺으면서 여우주연상 경합까지 벌이게 됐다. '타짜는 허영만 화백의 동명 베스트셀러 만화를 원작으로 삼았고 '미녀는 괴로워'는 스즈키 유미코의 일본 만화를 소재로 삼은 것도 아이러니다.
의외로 제3자가 트로피를 가져갈 가능성도 없지않지만, 이번 대종상 여우주연상 부문은 관록의 김혜수가 이길지 아니면 패기의 김아중이 웃을런지 여부로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개봉 박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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