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작 ‘미녀는 괴로워'에서 히트곡‘마리아’를 힘차게 불렀던 김아중(25)이 2007년 제44회 대종상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 자신의 첫 주연 영화로 정상에 올랐다. 데뷔 후 불과 3년만에 얻은 결실이다. 로봇 춤으로 눈길을 끈 CF로 출발, TV와 스크린에서 섹시한 미녀 배우 정도로 평가받던 그녀가 이제 대종상의 인정을 받은 연기파 여배우로 자리했다. 그렇다면 김아중의 열풍은 언제부터 불었을까? 정상 정복을 위한 김아중의 예정된 행보 이번 여우주연상 수상을 '영화의 흥행에 힘입은 행운일 뿐’정도로 폄하한다면 큰 오산이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무명 시절부터 차근 차근 스타로 성장하기 위한 준비 과정을 거쳤다. 모 이동통신사 CF 속의 김아중을 기억하는가. 옆구리를 콕콕 찌를 때마다 갖가지 춤 동작을 메들리로 선보였던 그녀의 모습은 충분히 신선했고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CF 속 섹시걸이 누구냐'는 문의가 쏟아졌고 연예계 진출을 꿈꾸던 김아중은 이로써 확실하게 이미지 메이킹 효과를 거뒀다. 우연이나 행운이 아니었다. 오랜 동안 춤과 노래, 연기 훈련을 착실히 받았던 김아중의 노력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을 뿐. 2004년 말, 드디어 최수종 수애 채시라 등 쟁쟁한 배우들이 포진한 KBS 2TV ‘해신’으로 드라마 데뷔를 했다. 사극 열기를 타고‘해신’이 높은 인기를 누리면서 상단 호위무사 역을 맡은 김아중도 덩달아 연기자로 널리 얼굴을 알렸다. 당시 최수종의 호위무사인 김흥수와 애틋한 러브라인을 선보여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다음 해 그녀는 일일극으로 안방극장을 점령했다. KBS 1TV ‘별난여자 별난남자’에서 별난여자 김종남으로 출연해 대박을 터뜨렸다. 일일극의 지존 KBS의 아성에 힘입은 바도 크지만 그녀만의 순수하면서도 톡톡 튀는 매력을 앞세워 40-50대 아줌마 팬들까지 확보했다. 김아중은 이 때 호흡이 긴 일일극으로 연기력을 키워감과 동시에 폭 넓은 팬층을 확보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김주혁 봉태규 주연의 수작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 비중있는 조연으로 스크린 데뷔를 한 데 이어 2006년 영화 ‘미녀는 괴로워’로 첫 주연을 따냈다. 코미디 영화 '어깨동무’의 단역까지 더하면 세 번째 영화 출연 작품이다.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미녀는 괴로워'는 지난 연말연시, 대형사고를 터뜨렸다. 이 영화는 국내에서만 전국 관객 662만 명을 기록해 역대 흥행 8위, 코미디 부문 1위를 기록했다. '미녀는 괴로워'의 대성공은 성형 수술이라는 소재의 시의 적절함도 있었지만 뚱뚱보 특수분장 1인 2역으로 열연한 김아중 없이는 불가능했을 일이다. ‘미녀는 괴로워’에 발탁된 행운과 안목 김아중이 아무리 준비된 배우였다 해도 ‘미녀는 괴로워’라는 시나리오를 무시했다면 지금의 그녀는 존재하기 힘들었을 터다. 2005년 9월 시나리오를 처음 받아봤지만 정작 캐스팅 제의에 응한 건 이듬해 2월이었다. 6개월 동안 다른 톱 스타들의 손을 거쳐간 시나리오가 김아중의 손으로 다시 돌아오는 데는 행운과 그녀의 안목이 동시에 작용했다. 행운은 성형이란 소재에 다른 여배우들이 질색을 한 것. 안목은 작품의 가능승을 내다보고 기다린 그녀의 끈기다. 당시 김아중은 “아무 생각없이 기다렸다”고 했다. 작품이 될 것이라는 것을 보는 안목, 성형에 대한 현대 여성들의 고민 등 시대적 흐름을 읽는 현명한 선택이었다. 또 ‘미녀는 괴로워’의 김용화 감독은 전작 ‘오! 브라더스’로 이미 코미디 영화의 감독으로 그 실력을 인정받은 터였다. ‘미녀는 괴로워’는 95Kg에 육박하는 뚱뚱한 몸을 가진 한나가 전신성형을 통해서 화려하게 가수로 데뷔하지만 자신의 참 모습을 잃어가는 것을 깨닫고 진정한 자아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김아중은 특수분장을 통해 여배우로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추한 모습을 연기했다. 영화 속에서 예쁜 여배우로 비춰지길 바라는 고민이 아닌, 자신이 진짜 연기를 펼칠 기회와 함께 시나리오의 작품성을 보고 영화를 골랐다. 여배우가 내리기에 어려운 결단이었고, 바로 이 부분이 김아중의 장래를 더 높이 사는 이유다. 한국의 여배우 티켓파워 회복 한국의 톱 스타 여배우가 티켓 파워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졌다. 90년대를 풍미한 스타 심은하조차 ‘미술관 옆 동물원’을 제외하고는 확실하게 관객의 표심을 자극하지 못했다. 월드스타로 급부상한 전도연 정도가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으로 '밀양’의 예매율을 높인 게 가장 최근의 사례다. 김아중의 여우주연상 수상으로 여배우 기근 현상도 덜었고 그녀가 선택한 작품에 대한 관객의 신뢰도 또한 높아지게 됐다. 앞으로 김아중이 찍은 영화라서 영화를 보게 되는 ‘김아중표 영화’의 티켓파워도 함께 높이질 것으로 점쳐진다. 물론, 김아중은 여우주연상 수상에 걸맞는 연기력을 확실히 보여줘야 할 책임도 뒤따른다. crystal@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