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프로그램도 복고 바람, ‘옛 것이 좋다?’
OSEN 기자
발행 2007.06.09 10: 28

앞만 향해 달리던 TV 예능 프로그램도 드디어 옛 것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흔히 ‘복고’라고 표현하는 현상이 유행의 첨단을 달리는 예능 프로그램에도 상륙한 셈이다. 그런데 단순히 ‘복고’라 하기에는 좀 모자람이 있다. ‘온고지신’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현상이다. 대표적인 것이 SBS TV에서 ‘일요일이 좋다-하자고’를 대신해 편성한 ‘일요일이 좋다-옛날 TV’다. 제목부터가 ‘옛날 TV’다. 이름 그대로 옛날 냄새가 물씬 나는 포맷이다. 물론 단순히 옛날 TV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옛날 TV에서 인기를 끌었던 장면들을 현재의 인기스타들이 게임 형식으로 재연하는 과정에서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원로 배우 이순재가 “요즘 배우들의 실력이 예전만 못하다”고 일침을 놓은 인터뷰에서 착안한 이 프로그램은 선배 배우들이 해냈던 업적을 후배 연예인들이 수행함으로써 그 가치를 깨닫게 하는 의미가 있다. 또한 TV를 보는 시청자들은 인기 스타들이 부리는 재주와 함께 옛 추억에 대한 향수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1970, 80년대를 산 사람들에게 너무나 눈에 익은 라면 광고 ‘형님먼저, 아우먼저’를 자료 화면으로 만나 볼 수 있는가 하면 여운계 사미자 등 원로급 배우들이 유재석 신정환 하하 윤종신 김주희 아나운서 등과 어울려 옛 정서를 공유하게 된다. KBS 2TV에서 최근 시작한 ‘불후의 명곡’도 복고 경향의 중심에 서 있다. ‘해피선데이’의 한 코너로 꾸며지는 ‘불후의 명곡’은 진행자인 탁재훈 신정환 김성은이 과거 쟁쟁했던 선배 가수들을 찾아 한 수 가르침을 받는 형식으로 꾸며진다. 출연자는 김건모를 비롯해 설운도 김종서 박남정 등 1980, 90년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쟁쟁한 주인공들이다. 신구세대의 교감에 포인트를 맞춘 ‘불후의 명곡’은 방송 이후 벌써 반향이 상당하다. 김종서의 ‘겨울비’는 방송이 되자마자 포털사이트의 검색어 순위 상위에 랭크되는 등 젊은 세대들에게도 크게 어필하는 모습이다. ‘해피선데이’의 다른 코너인 ‘준비됐어요’도 ‘복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코너는 2001년 방송돼 인기를 끌었던 ‘스포츠 오디세이’의 업그레이드판이다. 시작한 지는 오래됐지만 MBC TV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몰래카메라’는 전형적인 복고다. 지난 1991년 첫 선을 보여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 프로그램은 2005년 ‘돌아온 몰래카메라’라는 이름으로 다시 시청자들을 찾았다. 최근 들어서 억지 설정이라는 지적이 자주 일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영향력 있는 예능 코너로 구실을 다하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의 복고 바람은 시청자의 고령화와 연관이 있다. 젊은 세대가 인터넷 등 다른 형태의 미디어 소비자로 빠져 나간 사이 TV의 채널권이 중장년층 세대로 넘어가면서 생긴 현상이다. 그 동안 젊은 세대의 전유물로 남아 있었던 예능 프로그램도 채널 주도층의 정서에 어필하지 않을 수 없다는 현실적인 요구가 반영이 됐다. 예능 프로그램의 제작진에게는 좋았던 옛 영화에 대한 향수를 즐기는 의미도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잔뼈가 굵은 한 예능 PD는 “지금 돌이켜 보면 1980, 90년대가 방송의 전성기였다. 2000년대 초반에는 영화에 그 자리를 빼앗겼고 중반 이후에는 인터넷에 영향력이 넘어가고 말았다. 1980, 90년대는 모든 대중 문화가 전적으로 TV를 통해 생성되고 소비되던 시대였기 때문에 그 때의 영광을 향수하는 분위기가 현직 PD들 사이에 존재하고 있다. 이런 향수가 시청자들의 요구와 결합돼 복고 바람이 일고 있다”고 최근의 경향을 분석했다. 이런 복고 바람 속에서도 역시 진리는 있다. 복고라고 해서 과거에 했던 프로그램을 그대로 답습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복고의 흐름 한가운데 서 있으면서도 시청자들의 반향을 얻지 못하고 있는 일부 프로그램들은 단순한 ‘반복’의 범주를 깨트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온고지신’, 즉 어떻게 옛 것을 익혀 새 것을 만들어 낼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다. 100c@osen.co.kr SBS TV ‘일요일이 좋다-옛날 TV’(위)와 KBS 2TV ‘불후의 명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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