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3리그 첫 '서울더비', 축구 축제의 장
OSEN 기자
발행 2007.06.09 17: 27

축제의 한마당이었다. 9일 오후 서울 은평구립구장에서 열린 은평 청구성심병원(이하 은평)과 서울 유나이티드(이하 서울)의 역사적인 첫 '서울 더비' 는 하나의 지역 축제로 축구의 참맛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 아담한 경기장에서 펼쳐진 서울 더비 은평 뉴타운 건설 공사관계로 공사장 한가운데로 난 길을 물어 물어 찾아간 은평 구장은 아담했지만 축구를 보기에는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피치와 관중석 사이의 거리가 5m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가 가감없이 들렸다. 최고급 인조잔디가 깔린 구장은 선수들의 플레이에 아무런 악영향을 주지 않았다. 500여 관중석을 가득 메우고도 넘친 관중들은 뒷쪽 야산과 관중석이 없는 트랙에 자리를 잡고 축구의 묘미를 즐겼다. 대략 잡아도 600여 명이 되어보이는 관중들은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자리를 잡았다. 본부석 오른편에 위치한 100여 서울 유나이티드의 응원 소리는 축구 축제를 더욱 흥겹게 했다. 본부석 왼쪽에 위치한 은평의 응원단은 서울처럼 조직적인 응원을 하지는 않았지만 가족, 친구들과 함께 나와 자기 지역팀에 대한 진한 애정을 보여주었다. ▲ 승패는 의미 없어 경기는 서울의 완승이었다. 6라운드가 진행되도록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은평은 서울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서울에는 제용삼, 우제원 등 K리그 출신들을 비롯해 정식 선수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기 때문. 객관적 전력에서 앞선 서울은 은평을 시종일관 압도했고 결국 5-1로 승리했다. 서울의 서포터들은 자신의 선수들이 골을 넣을 때마다 기차놀이를 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골을 넣은 선수들은 그들에게 감사하며 환호했다. 은평은 패배했지만 결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그들 역시 최선을 다했기 때문. 특히 후반 1골을 만회하자 응원단은 마치 경기에서 이긴듯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결국 은평 역시 이날 경기의 승리자 중 하나인 셈이었다. ▲ 돌발 상황도 속출 K3리그는 아직 시범리그다. 올 시즌 출범한 K3리그는 그만큼 시행착도도 많다. 서울 더비 역시 이 날이 그 첫 시작이었다. 그래서 이날 경기 중에도 웃지못할 해프닝들이 종종 발생했다. 공사장 한 가운데 지어진 은평 구장은 관중석을 제외하고는 3면이 산과 공사장으로 둘러싸여 있다. 따라서 공이 넘어가게 되면 찾을 길이 없는 것. 이날 경기에서도 후반 중반 서울의 선수가 슈팅한 공이 야산으로 넘어갔다. K3리그를 담당하는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도 비용을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또한 경기 중간 최연소 훌리건이 난입하기도 했다. 후반 중간 세 살 정도로 보이는 어린이가 갑자기 피치 로 난입한 것. 아이를 잡기 위해 어머니와 대기심마저 뒤를 따르며 예정에 없던 상황이 연출된 것. 다행히 어린이의 경기장 난입 사건은 금방 제지되어 경기가 중단되는 사태는 없었지만 경기 자체의 흥미를 더해주기에는 충분했다. 선수들도 개성이 넘쳤다. 4-0이 되자 서울은 골키퍼를 교체했다. 배가 조금 나오고 얼굴의 주름살이 다른 선수에 비해 많은 서브 골키퍼가 나오자 서울 서포터들은 일제히 '아버님'을 외치기 시작했다. 교체되어 들어간 골키퍼는 바로 K3리그 최고령인 신영국 였다. 1960년생인 그는 나이가 무색하게 날랜 모습을 보여주며 선방을 거듭했다. 이에 서울 서포터들이 '아버님'이라며 받드는 것도 당연한 모습. '아버님' 반대편에 서있던 은평의 골키퍼 역시 이색 경력의 소유자. 은평의 김진우 골키퍼는 청구성심병원의 앰뷸런스 기사로 평소에는 구급환자들을 실어나른다. 이에 은평 선수들과 가족, 응원단은 만약 경기 중 급한 환자가 발생했을 때에는 김진수 골키퍼가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교체되어 병원으로 향해야 한다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 한국 축구의 뿌리, K3리그 대표팀과 K리그가 한국 축구의 꽃이라면 K3리그는 그 뿌리다. 비록 아직까지는 K리그나 대표팀 경기에 비해 어설프고 세련된 모습은 아니지만 한 경기 한 경기가 진행될수록 한국 축구의 뿌리가 잘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제 그 역사를 막 시작한 K3리그와 '서울 더비'. TV에서 보여주는 화려한 유럽 리그도 좋고 대표팀 경기와 K리그도 좋지만 축구의 또 다른 모습을 느끼고 싶다면 집 근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K3리그 경기장으로 발길을 옮겨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bbadag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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