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이는 젠틀맨. 삼성 지명타자 양준혁(38)은 지난 9일 잠실 두산전에서 프로야구 사상 첫 2000안타 고지를 정복했다. 3회 2타점 결승 2루타로 1999호 안타를 쳐낸 데 이어 6-1로 앞선 9회초 투아웃 후 마지막 타석에서 두산 이승학의 142km짜리 초구 직구를 받아쳐 깨끗한 좌중간 안타를 뽑아냈다. 곧이어 9회초 공격이 끝나고 공수교대 시점에 삼성 선수단은 모두 덕아웃 밖으로 나와 기립, 양준혁의 대기록을 축하했다. 그런데 이 순간 1루측 두산 덕아웃에서도 모든 선수들 역시 덕아웃 밖으로 나와 양준혁에게 기립 박수를 보내주고 있다. 두산 주장 홍성흔은 양준혁에게 다가가 꽃다발까지 안겨줬다. 또 잠실구장 전광판에는 신상우 KBO(한국야구위원회) 총재의 격려사를 띄워 줬다. 경기 후에도 김경문 두산 감독은 "한국 프로야구에 큰 기록이 나왔다. 상대팀 선수지만 축하한다. 계속해서 건강 관리를 잘해 더 좋은 기록을 많이 만들어내길 바란다"라고 덕담했다. 해외파 특별지명을 통해 두산으로 복귀해 하필 2000번째 안타를 맞게 된 이승학 역시 "처음부터 정면 승부할 생각이었다. 양준혁 선수가 잘 쳤다"라고 떳떳하게 소감을 말했다. 양준혁 역시 경기 후 두산의 정면 승부와 기록 달성 후 배려에 대해 감사를 잊지 않았다. 두산은 지난 5월 19일 잠실 KIA전 때도 '최희섭의 복귀를 환영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잠실구장 전광판에 올린 바 있다. 공교롭게도 최희섭-양준혁의 이슈 때마다 두산은 조역이었다. 그러나 방문팀의 경사를 기꺼이 축하해준 두산 프런트의 주인 인심 덕분에 프로야구는 더욱 훈훈해질 수 있었다. sgoi@osen.co.kr 홍성흔이 양준혁에게 꽃다발을 전달한 뒤 축하의 포옹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