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질 듯 하다가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선다.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 정도면 '도깨비팀'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 유니콘스가 온갖 악재에도 불구하고 선전하며 프로야구판을 뜨겁게 달구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현대는 지난 9일 부산 사직구장을 가득 채운 홈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등에 업은 홈팀 롯데를 맞아 8-3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적지에서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 그것도 프로 데뷔 7년 만에 선발 등판한 무명 김성태가 마운드를 지키고 있었지만 보란듯이 역전승을 일궈내는 기염을 토했다. 더욱이 투타의 핵인 캘러웨이와 리딩히터 이숭용이 부상으로 빠져있는 상태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저력을 과시했다. 현대는 현재 24승 27패로 7위에 머물고 있지만 선두 SK와는 불과 4게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3연승만 하면 곧바로 선두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사정권이다. 시즌 초반인 4월 5연패, 그리고 5월 8연패로 미끄러질 듯 하다가도 곧바로 연승 행진을 벌이며 선두권을 위협하고 있다. 이처럼 현대가 선전하고 있는 것은 전문가들 모두가 놀라는 일이다. 당초 많은 전문가들이 현대를 최약체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전혀 보강 없는 전력에 구단 매각 문제 등 지원 환경까지 열악하기에 일찌감치 순위싸움에서 밀려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4회 우승의 관록이 빛나는 현대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믿음의 야구'를 펼치는 김시진 신임 감독을 중심으로 선수단이 똘똘 뭉쳐 어느 팀도 만만하게 볼 수 없는 강팀의 면모를 지키고 있다. 현대는 위기상황 때마다 끊임없이 새로운 피를 선보이며 위기를 탈출하고 있다. 시즌 초반에는 고졸 2년차 사이드암 투수인 조용훈을 발굴, 불펜진에 힘을 보태며 지난 시즌 특급 마무리로 떠올랐으나 올 시즌 불안했던 박준수의 공백을 메웠다. 또 왕년의 에이스 정민태의 2군행으로 구멍이 난 선발 로테이션에는 중간계투진에서 마당쇠 노릇을 하던 황두성을 임시 선발로 돌려 성공했다. 황두성은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용병 에이스 캘러웨이가 팔꿈치 통증으로 빠진 자리를 불펜에서 주로 패전 처리로 뛰던 김성태가 채워줬다. 김성태는 9일 롯데전서 5이닝 2실점으로 데뷔 후 첫 선발승을 따내는 기쁨을 맛봤다. 공격에서는 김동수, 전준호, 이숭용, 송지만 등 노장들의 대분발과 함께 젊은 선수들이 성장해가며 짜임새를 갖추고 있다. 새로운 키스톤 콤비인 김일경과 지석훈, 외야수비가 일품인 유한준, 그리고 SK에서 트레이드로 영입한 조중근 등 젊은 선수들이 하루가 다르게 공수에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코칭스태프도 신구 조화를 이루며 선수단을 잘 이끌고 있다. 코칭스태프는 신임 감독에 투타는 물론 수비까지 '초보들'이 주류이지만 맡은 임무를 훌륭하게 소화해내며 팀승리를 이끌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2군을 튼실하게 키워내며 지원에 최선을 다하는 프런트도 무시못할 현대의 힘이다. 연고권 미해결로 올해까지 6년 연속 신인 1차지명을 못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유망주들을 발굴해 키워내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프런트이다. "9회말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김시진 감독의 출사표처럼 현대가 온갖 악조건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티며 올 프로야구를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 야구팬이라면 현대에게 따뜻한 성원의 박수를 보낼 만하지 않을까.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