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를 즐기는 법, ‘편견을 버려라’
OSEN 기자
발행 2007.06.10 11: 20

조선시대 재색을 겸비한 황진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때문에 6월 6일 개봉한 영화 ‘황진이’(장윤현 감독, 씨네2000 씨즈엔터테인먼트)가 풀어낸 이야기도 다양한 관점 중 하나이고, 이를 보는 관객들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영화 ‘황진이’를 보는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편견을 버려라’다.
‘예인’, ‘여장부’, ‘기생’, ‘곧은 심성’ 등 황진이를 수식하는 단어는 많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된 황진이는 ‘기생 황진이’다. 그리고 이 말에는 황진이의 요부의 기질이 함축돼 있다. 하지만 영화 ‘황진이’에는 요부로서의 모습이 부각되지 않는다.
조선시대 계급을 막론하고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황진이는 있지만 관능적이고 요염한 모습은 등장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황진이’를 보러 가면서 혹시라도 약간의 노출을 기대했다면 크게 실망할지도 모른다. 기생으로서 황진이의 모습을 알 수 있는 관련 장면이 등장하지만 그 수위는 결코 높지 않다. ‘황진이’가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영화 ‘황진이’는 그동안 황진이를 다뤘던 작품들과 달리 ‘예인’이나 ‘기생’이 아닌 조선시대를 살아야 했던 한 여인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양반집 규수로 품행이 방정맞아야 했고, 기생이 됐지만 한 남자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을 간직한 말 그대로 조선시대의 여인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황진이’를 볼 때 황진이가 어떻게 재색을 겸비했느냐가 아니라 당시 어떤 압박과 고충을 겪었느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화 ‘황진이’를 볼 때 버려야 할 편견은 스토리 전개다. 예인이나 기생으로서 황진이의 모습이 아닌 조선시대 여인에 포커스를 맞춤으로써 ‘황진이’는 일대기적 구성을 보인다. 141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어린 시절의 모습부터 모든 일들을 겪고 난 모습까지 아우른다. 황진이의 일대기를 담아내려다보니 ‘황진이’의 스토리 전개는 다소 느리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것은 북한작가 홍석중의 원작소설에 충실하려는 장윤현 감독의 노력이다. 영화화를 하면서 감독의 선택과 집중은 분명 필요하지만 장윤현 감독은 황진이의 일대기를 보여줌으로써 황진이의 인간됨됨이를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일대기적 구성이긴 하지만 매 플롯마다 황진이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대사와 상황들이 펼쳐진다. 특히 유수사또와의 하룻밤을 보낸 뒤 내뱉는 한마디는 영화의 백미라고 할 만큼 기억에 남을 만한 명대사다.
영화 ‘황진이’에서 보여지는 황진이는 과거의 작품들과는 사뭇 다르다. 그래서 혼란과 실망이 교차될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황진이가 과연 당시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대한 자료는 턱없이 부족하고 정확한 모습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했던 드라마에서 하지원이 분했던 황진이가 본 모습일 수도 있고, 영화에서 송혜교가 연기한 황진이가 원래 황진이에 가까울 수도 있다. 선입견과 편견을 가지고 황진이를 본다면 좀 더 황진이의 진짜 모습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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