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 판도에서 두산과 현대는 ‘신기한 팀’이다. 뚜렷한 전력 보강도 없었지만 호성적을 내며 팬들의 주목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은 지난 10일 삼성전서 승리하며 올 시즌 처음으로 선두에 올랐다. 현대도 롯데에 원정 2연승을 거두며 7위에서 6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두산과 현대의 승차는 4게임. 두산과 현대는 시즌 초반인 4월에는 연패 수렁에 빠져 ‘탈꼴찌경쟁’을 벌였던 팀들이다. 그런 두 팀이 이제는 선두와 상위권을 노리는 강자로 떠오르고 있으니 놀랄 일이다. 올 시즌 선전하고 있는 두산과 현대는 과거는 다르지만 현재는 여러 모로 ‘닮은꼴’이다. 두산은 예전 프랜차이즈 스타들을 제대로 붙잡지 못해 팬들의 원성을 샀고 현대는 한때 돈으로 선수들을 끌어모아 팬들의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현재는 사정이 달라졌다. 두산은 두둑해진 지갑을 앞세워 ‘꼭 필요한 선수는 잡는다’는 운영 방침을 보이고 있고 현대는 모기업의 지원이 끊어지면서 알뜰 살림살이를 꾸리고 있다. 양 구단은 그야말로 ‘저비용 고효율’의 표본을 보여주면서 ‘한국판 머니볼’의 주인공이 돼가고 있다. 몸값이 저렴한 선수들을 계속 키워내며 호성적을 유지하고 있으니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머니볼’의 신화를 쓴 빌리 빈 단장이 이끄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못지 않은 것이다. 빌리 빈은 ‘대졸 선수, 출루율이 좋은 선수’중 몸값이 저렴한 선수를 위주로 팀을 운영하면서도 매년 호성적을 내고 있어 ‘머니 볼’의 승자로 불리운다. 두산은 올 시즌 연봉 총액이 28억 8100만 원으로 8개 구단 중 가장 적다. 연봉 총액 1위인 삼성(62억 275만원)에 절반에도 못미치는 액수다. 연봉 총액은 뉴욕 양키스의 ⅓ 수준에 불과하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릴 만한 전력을 꾸려가는 ‘스몰마켓팀’ 오클랜드처럼 두산도 꾸준히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두산을 ‘한국판 머니볼’로 평가하고 있다. 연봉 규모는 작지만 무명 선수들을 키워내며 전력화하는 것이 오클랜드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현대는 구단 매각 추진으로 모기업의 지원이 끊기며 어렵게 시즌을 치르고 있는 처지다. 게다가 올해까지 6년 동안 신인 1차지명서 유망주를 뽑지를 못한 데다 그동안 특급 선수들이 FA로 빠져나간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선전이다. 2차 지명서 잘 뽑은 신인들을 2군에서 잘 가다듬어 1군 기대주로 키워내고 있다. 한마디로 두산과 현대는 오클랜드처럼 ‘저비용 고효율’을 표방하며 나름대로의 선수단 운영 노하우로 강자의 면모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판 머니볼’의 신화를 쓰고 있는 두산과 현대가 올 시즌 어떤 성적을 낼지 주목된다. sun@osen.co.kr 현대-두산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