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의 전쟁’ 무서운 후폭풍, 세상을 바꾼다
OSEN 기자
발행 2007.06.12 08: 59

SBS TV 수목드라마 ‘쩐의 전쟁’(이향희 극본, 장태유 연출)의 후폭풍이 무섭다. 단순한 인기 드라마 수준을 넘어 세상을 변혁하는 사회적 기능까지 수행하고 있다. 드라마 ‘쩐의 전쟁’은 우리가 애써 외면해왔던 부분, 사채업자들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 사채업은 많은 부정적인 면을 띠고 있었지만 우리는 그저 그러려니 했다. 국회에서 연 66%의 살인적인 고금리를 합법적으로 인정해 줬고 연일 TV에선 훌륭한 금융상품인 것처럼 대부업체의 광고가 눈과 귀를 현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간간이 사채 빚에 시달려 고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려와도 그럴만한 사람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드라마 ‘쩐의 전쟁’을 통해 사채꾼과 대부업체들이 얼마나 많은 불법을 저지르고 있고 또 그들이 내세우는 상품들이 얼마나 살인적인 고금리를 휘두르고 있는 지를 알고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가장 뚜렷한 변화는 대부업체를 광고해온 연예인 모델들의 자정선언이다. 사실 그들도 대부업체의 실상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고 CF 출연을 결정했을 터이니 같은 피해자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사채와 대부업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CF 모델로 나서는 연예인들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인기 배우 김하늘은 대부업체 광고 계약을 중도 해지해 출연료를 돌려줬고 최수종은 대부업체와의 광고 재계약을 포기하고 국민들에게 사죄의 뜻을 표명했다. 모 인기 남녀 개그맨이 출연한 기업형 대부업체의 TV광고에서는 어느 날부터인가 모델들의 얼굴은 사라지고 실루엣만 등장하고 있다. ‘쩐의 전쟁’을 계기로 대부시장을 정책적 쟁점으로 끌어가고 있는 정치인들도 있다.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가 대표적이다. 이 단체는 드라마의 진행과 궤를 같이해 ‘쩐의 전쟁 바로알기’ 시리즈를 내고 있다. 최근까지 6번째 시리즈가 나왔는데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금나라는 믿음직한 내부 고발자가 될 수 있다’ ‘반사회적 범죄 저지르는 마동포는 무일푼이 될 수도’ ‘이차연 씨, 대부광고 규정 지키세요’는 등 드라마 내용을 현실 법률의 잣대로 꼼꼼히 분석한 자료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드라마의 내용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겠다는 의도라기보다는 대부업체의 불법 행위로 인해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를 주겠다는 의미가 더 강하다. 드라마가 있었기 때문에 대부업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나아가 정치적 쟁점화에 불을 지피는 계기도 됐다. 지상파 방송사의 시사고발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끼쳤다. MBC TV ‘뉴스 후’는 대부업체의 횡포를 고발하면서 드라마 ‘쩐의 전쟁’ 화면을 가져다 썼다. 경쟁 방송사 드라마이지만 이미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뒤라 어느 방송사인가 하는 것은 사소한 문제였다. ‘뉴스 후’에서는 대부업체 광고에서 내세우고 있는 ‘무이자 대출’의 위험성을 고발했다. 비록 무이자로 대출은 해 주지만 이들 대부업체의 신용조회가 전문기관에 들어가는 순간, 그 사람의 신용도는 1,2금융권에서는 돈을 빌릴 수가 없을 정도로 추락해버린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무이자는 돈이 급한 사람들을 대부업체로 끌어들이기 위한 밑밥인 셈이다. 이쯤 되면 ‘쩐의 전쟁’은 드라마를 뛰어넘어 이슈다. 사채의 위험성을 경고한 그 어떤 뉴스 프로그램보다, 그 어떤 고발 프로그램보다 그 파급효과가 큰 이슈다. 한 편의 드라마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100c@osen.co.kr 드라마 ‘쩐의 전쟁’ 중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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