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세인트피터스버그, 김형태 특파원] 박찬호(34)는 빅리그 5번째 구단으로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선택했다. 자신의 주무기인 '파워커브'를 가르쳐준 버트 후튼 코치가 트리플A에, 전성기를 보낸 LA 다저스 시절 '사부'인 데이브 월러스 코치가 휴스턴에 재직 중인 사실이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박찬호가 빅리그 113승을 거두는 데 기술적 정신적으로 큰 도움을 준 인물이다. 뉴욕 메츠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박찬호는 옛 스승들 품으로 되돌아가기로 결심한 셈이다. 일단 휴스턴 산하 트리플A 구단 라운드락 익스프레스에 몸담게 된 박찬호는 또 한 명의 반가운 인물과 만남을 앞두고 있다. 앨버커키(전 다저스 산하 트리플A) 시절 우연히 만나 꿈과 용기를 불어넣어준 '텍사스 특급' 놀런 라이언이 바로 그다. 빅리그 27년간 324승에 '절대 깨지지 않을 기록 중 하나'인 5714탈삼진의 주인공 라이언은 1993년을 끝으로 은퇴한 뒤 야구단 구단주로 변신했다. 지난 1998년 리드, 리스 두 아들과 함께 더블A 텍사스리그의 한 구단을 매입한 그는 이를 매각하고 2003년 당시 퍼시픽코스트리그 구단이던 에드먼튼을 인수했다. 그리고 2004년 시즌 후 구단 연고지를 텍사스주 라운드락으로 옮겨 오늘에 이르고 있다. 박찬호에게 라이언은 '다저스의 전설' 샌디 코팩스와 함께 잊을 수 없는 인물이다. 미국 진출 전 하이킥을 연마한 것이 라이언을 흉내내기 위해서였다. 이에 그치지 안고 라이언의 위대한 커리어를 지켜보며 빅리그 성공을 다짐했다. 그리고 아시아 출신 선수로는 노모 히데오에 이어 2번째로 빅리그 세자릿 수 승리의 금자탑을 세웠다. 휴스턴에 입단한 박찬호는 묘하게도 라이언의 길을 뒤따르고 있다. 입단 순서는 다르지만 박찬호는 텍사스 레인저스와 뉴욕 메츠를 거쳐 휴스턴 유니폼을 입게 됐다. 라이언이 이들 구단에서 최전성기를 보냈다는 사실은 너무도 유명하다. LA 인근 구단에서 활약한 것도 지연이라면 지연이다. 라이언은 다저스의 이웃구단인 캘리포니아 에인절스(현 LA 에인절스)에서 뛰었다. 메츠에서 방출된 박찬호의 처지는 예전과 다르다. 이제는 치열한 생존경쟁을 거쳐 자력으로 메이저리그에 올라서야 한다. 과거 샌안토니오(텍사스)와 앨버커키(뉴멕시코)에서 희망을 양식 삼아 땀흘리던 때로 되돌아갔다. 박찬호는 2001년 시즌 뒤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캘리포니아를 떠나 텍사스 땅을 밟았다. 그러나 레인저스에서의 기억은 '악몽'에 가까웠다. 라이언에 빗댄 별명 '코리안 특급'도 어느새 잊혀지고 있다. 다시 선택한 텍사스 땅에서 이번에는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3명의 사부'와 재회를 앞둔 박찬호에겐 새로운 동기가 부여됐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