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경기 전 '잠적' 이유는?
OSEN 기자
발행 2007.06.13 08: 40

언젠가부터 SK 와이번스 취재 기자들은 경기 전 덕아웃에서 김성근 감독 얼굴 보기가 쉽지 않게 됐다.
SK의 최근 성적이 별로여서 기자들을 피하는 것은 아니다. 이따금 만나면 김 감독의 여유와 위트는 여전하다.
김 감독이 덕아웃에 없는 이유는 한마디로 '바빠서'다. 경기 전 투수와 타자들을 자신이 직접 가르치고 있어서다. 지난 12일 한화와의 문학 홈경기를 앞둔 김 감독은 아예 반바지 차림이었다. 외야 뒷편 불펜으로 가 좌완 루키 김광현의 투구폼을 체크하고 있었다. 김 감독은 김광현을 지난 6월 1일자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시켰다. 그러나 2군에 보내는 대신 곁에 두고 가르치는 파격적 '특혜'를 주고 있다.
따지고 보면 김 감독의 '잠적'은 김광현의 1군 엔트리 말소와 같은 타이밍이었다. 여기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감독은 경기 전 이호준 등 타자들의 타격폼까지 손봤다. 그 효험을 본 것인지 SK 타선은 9안타로 9득점, 오래간만에 9-1 낙승을 거뒀다.
특히 2회 선제 1점 홈런 포함해 3안타-3타점을 몰아친 이호준은 "감독님의 교습 효과가 컸다. 처음엔 왜 시키는지도 몰랐는데 하다보니 타격 시 문제점을 느낄 수 있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메이저리그라면 감독이 이렇게 나서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일본 프로야구도 오치아이나 하라 감독의 예에서 알 수 있듯 꼭 필요할 때 원 포인트 레슨을 해주는 정도다.
그러나 '투수 조련사'로 통하는 김 감독은 일본 지바 롯데 코치 시절 타자 이승엽(현 요미우리)까지 조련했다. 또 야구에 관해선 워낙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성품도 코치들에게 위임을 못하는 한 요인이다. 누구 말처럼 '종합야구인' 김성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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