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선발진이 붕괴된 탓이 크다”(김재박). “마무리다운 마무리가 부족하다”(김시진). 지난 12일 맞대결을 앞두고 있던 김재박(53) LG 감독과 김시진(49) 현대 감독은 올 시즌 유례없는 치열한 순위 싸움의 한 요인으로 나란히 ‘부실한 마운드’를 꼽았다. 투수들이 이전과 달리 고전하기 때문에 순위싸움이 지금까지 ‘대혼전’을 이루고 있다는 분석이었다. 김재박 감독은 “현대나 우리나 모두 마운드가 문제다. 선발 투수들이 믿음이 부족하다. 한화와 두산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구단들이 선발진이 붕괴된 상태”라며 부실해진 선발 로테이션에 한숨을 지었다. LG는 에이스 박명환과 제2선발 최원호 정도만이 선발 투수로서 제 구실을 해줄 뿐이고 현대도 장원삼과 김수경 정도가 믿을 만한 선발 투수로 똑같은 처지라는 게 김 감독의 설명이었다. 선발 로테이션이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는 구단이 별로 없는 것이 올 시즌 ‘대혼전’의 주범이라고. 김 감독은 “방망이는 믿을 게 못된다. 하루 잘치고도 다음날 침묵하는 게 공격력이다. 결국은 투수력이 강한 팀이 살아남는다”며 올 시즌 순위 레이스도 투수력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LG는 물론 각 팀의 선발 투수들이 부상과 부진 등으로 제 구실을 못해주고 있는 게 현재 상황이라는 것이 김 감독의 판단이다. 김시진 현대 감독은 선발 투수는 물론 각 팀의 부실한 마무리도 올 시즌 대혼전의 한 요인으로 꼽았다. 김 감독은 “우리 팀에는 마무리가 없다. 송신영이 현재 마무리 구실을 하고 있지만 엄격히 말하면 소방수는 아니다. 그저 마지막에 나오는 투수”라며 “다른 팀도 마찬가지다. 올해는 제대로 된 마무리 투수는 KIA 한기주 정도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김 감독은 마무리 투수라면 강력한 구위로 팀 승리를 확실하게 지켜줘야 하지만 현재 대부분 소방수들의 구위가 타자들을 압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연장 승부가 속출하고 막판에 경기가 뒤집히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한마디로 두 김 감독은 투수력이 강력한 팀이 없는 상태라 순위싸움에서 치고 달아나는 팀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었다. 그 탓에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각축전이 전개되고 있고 팬들의 흥미를 끌어 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감독들은 부실한 마운드 탓에 하루하루 긴장의 연속이지만 팬들은 자고나면 뒤바뀌는 순위 싸움에 즐거운 2007시즌 프로야구다. 지난해까지 극심했던 ‘투고타저’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올 시즌 적용한 마운드 낮추기, 공 크기 키우기, 스트라이크존 조정 등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도 마운드 부실의 한 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는 현시점이다.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