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롯데-두산전이 열리기 전 잠실구장 3루 원정팀 덕아웃. 두산 최준석(24)이 친정팀인 롯데 덕아웃에 놀러와 옛 동료들을 만나고 돌아가려는 찰나에 강병철 감독을 발견했다. 185cm 117kg의 거구가 재빠르게 몸을 숨겼다. 얼굴엔 어떻게 해야 하나 망설이는 모습이 역력했다. 최준석은 용기를 내 강 감독에게 가서 수줍은 표정으로 인사했다. 지난 2001년 포철공고를 졸업한 뒤 롯데에 입단한 최준석은 지난 시즌 김진수(28, 두산 포수)와 함께 두산으로 이적했다. 강 감독은 최준석에게 "살 많이 빠진 것 같다"며 인사말을 건넸다. 강 감독과 함께 있던 박노준 SBS 해설위원은 "너 요즘 4번 타자로 나오면서 너무 잘 치는 거 아니냐, 롯데랑 할 때는 살살 해라"고 농담을 던지자 최준석은 "롯데가 더 잘 하던데요"라고 응수했다. 최준석이 두산 덕아웃 쪽으로 걸어가자 강 감독은 "준석이가 타격에 재능이 있는데 우리 팀에 있을 때 마땅히 뛸 자리가 없어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두산 가서 열심히 하는 거 보니 보기 좋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두산 이적 후 타율 2할5푼1리(315타수 79안타) 11홈런 47타점 28득점으로 거포 본색을 보여준 최준석은 올 시즌 타율 2할4푼7리 42안타 8홈런 35타점 23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강 감독은 1루 덕아웃으로 발걸음을 돌린 최준석의 뒷모습을 보며 아쉬움과 흐뭇함을 동시에 느꼈을 것이다. 어쩌면 마음 속으로는 '데리고 있을 걸'하며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지 않을까. wha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