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이 지휘하는 SK 와이번스는 13일까지 56경기를 하는 동안 12번의 연장전을 치렀다. 올 시즌 프로야구 연장전이 통틀어 25번인데 거의 절반을 SK가 치른 꼴이다. SK는 지난 4월 6일 한화(총 2번)와의 시즌 개막전부터 5-5, 12회 연장 무승부로 스타트를 끊더니 삼성(2번)-두산(2번)-KIA(2번)-롯데(2번)-현대(2번)와 두 차례씩 연장전을 경험했다. 유일하게 LG와 연장전이 없으나 4시간짜리 9이닝 경기를 이미 두 번이나 연출했다. 이쯤 되면 SK의 연장 퍼레이드를 우연의 산물로 보기 곤란하다. 상대팀을 탓하기도 어렵다. SK 야구의 필연적-구조적 산물로 봐야 옳다. 그 중심엔 김성근 감독의 야구 철학과 경기 운용 방식이 자리한다. 김 감독은 "매 순간 그리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가 스포테인먼트(팬을 위한 야구)"라고 정의 내린 바 있다. 그런데 따지자면 전력을 쏟아붓지 않는 팀이 세상에 어디있겠는가. 여기서 SK의 유별난 점은 시즌 플랜이나 경기 상황에 관계없이 '최선'을 다한다는 점이다. 그 상징적 사례가 지난 12일 한화전이다. 8-0으로 앞서던 7회초 김 감독은 선발 로마노를 내리고 좌완 김경태를 투입했다. 그리고 김경태가 좌타자 이영우를 아웃시키자 다시 이한진으로 교체했다. 아울러 김 감독의 '선발 불신'과 비례해 불펜 의존도는 증가하고 있다. 선발의 조기 강판이 잦을수록 시간은 늘어지고, 불펜 과부하는 누적되고 있다. 거듭된 연장과 늘어지는 야구는 흥행과 홍보에도 악재다. SK는 김 감독의 스퀴즈번트 실패로 막을 내린 5월 27일 KIA전(4시간 56분) 무승부 이후 홈 1만 관중을 넘지 못하고 있다. 툭하면 4개 구장 중 가장 늦게 끝나는 경기는 신문 지방판에 실리지도 못할 때가 빈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마감이 이른 종합지 기자들은 경기 스코어만 집어넣거나 아예 경기 종료 이전에 철수하는 불가항력적 사례조차 발생하고 있다. 왜 유독 SK 경기가 TV 중계에서 자주 빠지느냐는 의견도 시청률에 신경쓰는 방송사 측에서 'SK 경기는 늘어지니까'라고 반박한다면 할 말 없다. SK의 올 시즌 캐치 프레이즈는 '팬 퍼스트, 해피 베이스볼'이다. 그러나 '팬 퍼스트'가 '감독 퍼스트'와 혼동되는 이 시점에서 과연 야구는 행복할까? sgoi@osen.co.kr 지난 5월 27일 KIA-SK의 문학경기 전광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