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한국영화가 살 길은 '공포'뿐?
OSEN 기자
발행 2007.06.14 09: 27

6월초 날씨가 벌써 무더위다. 극장가는 벌써부터 납량 특수를 노리는 공포물 개봉을 서두르고 있다. 올 여름 한국영화에는 유난히 객석의 비명을 처절히 원하는 공포 장르가 많다. 세계 시장서 위세를 떨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는 없는 세계, 그 틈새를 뚫기에 적당한 소재가 바로 '공포'인 까닭일까. 기온이 올라가면 잊지않고 찾아오는 모기마냥, 늘 여름이면 빨간 피를 스크린에 확 터뜨리는 공포영화가 등장한다. 올 해 공포물의 특징은 양적으로도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고 일본 호러 스타일의 기괴함 대신에 심리 스릴러 형식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또 전설의 고향을 생각나게 하는 긴 머리 소복 귀신이 부활한 것도 주목할 현상이다. 검은집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 황정민이 주연으로 나서 화제를 모았다. 신태라 감독의 '검은집'으로 14일 첫 시사회를 가졌다. 강신일 유선 김선형 등이 함께 출연했다. 주인공 전준오의 직업이 보험조사원이란 사실부터 특이하다. 어찌보면 보험금을 타내려는 살인자와 이를 파헤치려는 정의파 보험조사원 간의 대결구도로 간단히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영화 속 전개는 미묘하고 복잡한 사람 심리를 바탕으로 관객들의 앞뒤 양옆으로 비수를 꽂아댄다. 전설의 고향 올 해 충무로 공포영화 라인업 가운데서 가장 빨리 지난달 말 막을 올렸다. 향수 어린 TV 인기물 '전설의 고향' 제목을 그대로 따왔다. 2000년대 들어 부쩍 강해졌던 J호러의 영향을 걷어내고 순수 국산 공포물로의 복귀를 선언한 작품이다. 김지환 연출에 재희와 박신혜가 투톱으로 나섰다. 한 마을의 쌍둥이 자매가 어느 날 인적 드문 숲 속 호수에 빠지는 비극이 발생한다. 더 슬픈 건 동생은 죽고 언니만 살았는데 의식 불명이라는 것이다. 이후 마을에는 괴이한 사건들이 계속된다. 죽은 쌍둥이 동생의 저주일까. 해부학 교실 손태용 연출에 한지민 온주완 오태경 등 신예들이 대거 출연했다. 의대생들의 해부학 교과 과정을 공포의 원천으로 삼은 스토리가 독특하다. 해부학 실습에 참여하는 의대 본과 1학년 학생 6명이 하나씩 죽어나가면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뚜렷하게 구분되는 캐릭터로 선화(한지민) 중석(온주완) 기범(오태경) 은주(소이) 경민(문원주) 지영(채윤서) 등이 등장한다. 과연 공포의 주체는 무엇일까. 손 감독의 귀신을 바라보는 시각이 새롭다. 헨젤과 그레텔 해외 전래동화의 이름을 가져다 썼지만 그 속은 토종 냄새로 가득하다. '남극일기'의 임필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천정명, 은원재, 심은경, 진지희 등이 출연했다. 이야기 전개는 몽환적이다. 은수(천정명)는 어릴 때 집을 나간 엄마를 찾아 길을 떠난다. 그런데 칠흑같이 어두운 밤, 깊은 숲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아이 3명만 살고 있는 '즐거운 아이들의 집'으로 흘러든다. 외딴 집과 아이들, 여기가 바로 공포의 시작이자 끝이다. 두사람이다 깊은 밤 시골 논둑길이나 한적한 도시 뒷골목을 혼자 걸을 때 가장 무서운 건? 갑자기 사람을 마주치는 일이다. 결국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건 사람이고 특히 둘의 관계가 그렇다는 게 '두사람이다'의 공포 컨셉트다. 2001년 완결된 강경옥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어느 집안의 저주, 한 대마다 꼭 한 명씩 주위의 가까운 두 사람에게 목숨을 잃는다는 것이다. 살인자가 누구일지는 하늘도 땅도 심지어 죽일 사람조차 모른다. 차라리 혼자이고 싶다는 게 이 영화에서는 살 길로 통한다. 기담 정가형제 연출에 진구 김보경 김태우 이동규 고주연 출연의 '기담'은 일제시대 경성이 배경이다. 구한말과 일제로 복고적 시대 배경을 택하는 올해 충무로 기조에 공포 장르 강세의 유행까지 섞은 셈이다. '해부학교실'과 마찬가지로 '기담'도 병원을 공간으로 택했다. 누구나 으스스한 기운에 떨고 무서워하는 장소로는 한 밤중 인적없는 병원의 후미진 곳이 딱이다. 경성의 한 병원을 중심으로 여러 사연이 얽힌 의사들과 원혼이 만나면서 입을 틀어막고 싶은 비명이 터져나온다. 므이 베트남은 한국 영화인들에게 매력적인 촬영 장소다. 수많은 파월 장병들의 원혼이 잠든 곳, 베트남. 그래서 '알포인트'같은 영화가 만들어질수 있었고 공포물로는 대성공을 거뒀다. '므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베트남식 공포를 주제로 했다. '령'의 김태경 감독이 베트남의 오래된 귀신 얘기를 듣고 혹해서 찍은 영화란다. 미인의 초상화에 봉인된 혼령들이 사람 세상을 피로 물들이고 그 미궁 속으로 한국에서 온 소설가 윤희(조한)과 그 친구 서연(차예련)이 빠져든다. mcgwire@osen.co.kr 영화 '검은집'(왼족)과 '므이'스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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