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세인트피터스버그, 김형태 특파원] 진지했던 경기가 일순간 촌극으로 바뀌었다. 그리고는 이내 비극이 됐다. 14일(한국시간) 돌핀스타디움에서 열린 플로리다 말린스와 클리블랜드 인디선스전. 인터리그로 치러진 이날 경기는 6회 들어 수비진의 잇단 실책과 심판 판정 하나에 흐름이 꺾였다. 가장 큰 피해자는 김병현(28)이었다. 김병현이 시즌 최다인 탈삼진 8개를 기록하고도 4승 대신 3패째의 멍에를 뒤집어 썼다. 플로리다가 3-0으로 앞선 6회초. 이 때까지만 해도 김병현의 승리는 유력해 보였다. 그러나 1사 뒤 트래비스 해프너와 자니 페랄타에게 연속안타를 허용해 위기감이 조성됐다. 1사 2,3루서 상대한 트롯 닉슨의 타구는 1∼2루를 꿰뚫는 듯한 안타성. 2루수 댄 어글라가 다이빙으로 잘 잡았다. 그러나 1루로 던진 공이 그만 플로리다 덕아웃으로 들어가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스코어는 3-2. 김병현은 후속 마이크 라우스를 평범한 우익수 플라이로 유도했지만 이번에는 우익수 제레미 허미다가 공을 잡다 놓치는 어이없는 실책을 범했다. 2사 2루가 돼야 할 상황은 1사 2,3루로 뒤바뀌었다. 김병현은 투수 클리프 리 대신 들어선 라이언 가코를 2루땅볼로 유도했지만 3루 주자 닉슨이 홈을 밟아 승리가 날아가는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 결국 프레디 곤살레스 감독은 김병현을 내리고 좌완 테일러 탠커슬리를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탠커슬리가 좌타자 그래디 사이즈모어에게 던진 공이 몸에 맞았다는 심판판정이 내려지면서 위기가 계속됐다. 탠커슬리와 곤살레스 감독, 1루수 애런 분은 오심이라며 격렬히 항의하다 모조리 퇴장당했다. 부랴부랴 투입된 3번째 투수는 우완 리 가드너. 그러나 그는 좌타자 데이빗 델루치에게 그만 결승 3점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3-6 역전. 플로리다가 끝내 벌어진 점수차를 회복하지 못하면서 김병현은 패전을 떠안아야 했다. 비록 결과는 좋지 않았으나 5회까지 투구내용은 꽤 좋았다. 초반 많은 투구수에도 불구하고 위력적인 구위로 클리블랜드 강타선을 효과적으로 제압했다. 1회 선두 사이즈모어를 삼진처리하고 기분 좋게 출발한 김병현은 연속 볼넷으로 흔들렸다. 다행히 1사 1루서 2루 도루를 시도한 델루치가 횡사해 2아웃이 됐고, 빅토르 마르티네스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한 뒤에는 해프너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2회에도 선두 페랄타에게 볼넷을 허용했지만 나머지 3타자를 삼진 1개를 곁들여 간단히 처리했다. 3회에는 사이즈모어와 델루치를 연속 삼진으로 잡은 후 케이시 블레이크를 좌전안타, 마르티네스의 몸을 맞혀 또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냈다. 그러나 해프너를 평범한 2루땅볼로 잡아 수비를 마쳤다. 이후에는 순탄했다. 3회 3타자를 상대로 공 7개 만에 간단히 끝낸 김병현은 5회에도 볼넷 1개만 허용하고 실점없이 처리했다. 1사 1루에서 발빠른 사이즈모어에게 2루 도루를 허용했으나 2루땅볼과 삼진으로 공격의 맥을 끊었다. 플로리다 타선은 1회말 핸리 라미레스의 2타점 2루타, 조시 윌링햄의 병살타로 3점을 먼저 얻었지만 나머지 8이닝 동안 침묵해 패전에 일조했다. 최종 스코어는 3-7 플로리다의 패전. 이날 김병현의 기록은 5⅔이닝 4피안타 4실점(2자책). 사사구를 5개나 허용했지만 탈삼진을 올 시즌 들어 가장 많이 기록했다. 지난달 19일 탬파베이전과 29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기록한 5개를 경신했다. 공 107개(스트라이크 61개)를 던진 김병현의 방어율은 5.35(종전 5.74)로 약간 낮아졌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