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남원의 드라마 엿보기] 요즘 TV 드라마, 하얀 거탑 안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거대 종합병원의 위선과 비리를 속시원하게 파헤쳤다. 또 서민들의 피를 빨아먹는 사채업자들의 잔혹한 실체도 드러냈다. 우리 사회의 어둡고 추한 구석을 뉴스보다 더 생생하게 시청자들이 지켜볼수 있도록 해서 박수를 받고 있다. 그러나 방송 드라마에서 아직까지 그 속을 확 까뒤집지 못한 성역이 있다. 바로 초 중 고 선생님들의 윤리관이다. 대학교수들이 온갖 불륜의 상대('내 남자의 여자')와 부정 행위로 조명되곤 하는 반면에 일반 교사들은 늘 제자에 헌신하고 교육에 열정적인 모습으로 비춰진다. 이같은 드라마 속 현실에 학부모 시청자들은 '정말 그랬으면 오죽이나 좋겠냐'고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MBC의 인기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이순재의 막내 아들 민용과 그 연인 민정이 고등학교 교사고 손주 민호, 윤호가 그 학교 학생들로 출연하고 있다. 당연히 주요 무대의 하나인 교육 현장에서 서민정은 거침없이 학생들의 애환을 보듬고 안아주는 스승의 표본으로 등장하는 중이다.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SBS 드라마스페셜 '쩐의 전쟁'. 주인공 금나라(박신양)의 고교 시절 은사인 박인환도 청렴결백의 표본이다. 노숙자가 된 옛 제자 금나라를 집으로 데려가 재워주는가 하면 사채빚에 시달리는 자기 반 학생 집을 찾아가 함께 대책을 논의한다. '호랑이 선생님' 이후 '학교' 등 많은 드라마에서 일선 교사들의 이미지는 한결같이 올곧고 바르게 사는 인생으로 가득찼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체감하는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작가, PD에게는 '교사가 이랬으면'하는 바람 또는 혹시나 모를 교육계의 반발 걱정이 더 강했을 지 모를 일이다. 차라리 영화 속 선생의 모습은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초등학교 아이들 부모에게 룸살롱 대접까지 받는 김봉두 선생(차승원)이 있고, 학교 안에서 미모의 여교생을 유혹하며 연애의 목적을 온 몸으로 보여주는 유림(박해일)도 등장했다. 실상 정부는 '스승의 날'을 휴교일로 삼는 방안을 거론하기도 했다. 학부모들의 선물 부담을 덜기 위해서란다. 학교안 촌지가 득시글 거리는 세상에서 드라마 속 선생님들은 늘 봉투 건네는 부모들을 면박주며 양심을 살리는 중이다. 초등학교 소풍날에 선생님들의 도시락은 왜 학급 간부 부모들이 준비해야되는 건지, 맞벌이로 먹고 살기 부모들이 왜 또 학교 행사에 일일이 불려다니며 노력 봉사를 해야되는 건지. 드라마 속 교사들은 이를 못본척 눈을 질끈 감고 있다. 병원과 사채업자를 혼냈으니 이제 어떤 작가가 상아탑 안에 숨어있는 교육자들의 비양심을 호되게 몰아쳐줄지 기대한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