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했던 베컴의 스페인 생활 4년
OSEN 기자
발행 2007.06.19 08: 25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7번은 특별하다. 다른 팀의 7번 역시 팀의 해결사로 또한 팀 공격의 시발점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맨유만큼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팀도 없다. 바로 팀을 대표하는 아이콘이기 때문. 예전 보비 찰튼부터 시작해 조지 베스트, 에릭 칸토나까지 모두 7번을 달고 맨유를 정상으로 이끌었다. 이런 7번의 의미를 전 세계적으로 승화시킨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데이빗 베컴(32)이다. 당시 슈퍼스타였던 칸토나의 뒤를 이어 맨유의 7번을 단 베컴은 일약 세계적인 슈퍼스타로 군림했다. 그는 맨유를 트레블로 이끌었을 뿐 아니라 화려한 외모로 전세계 여성팬들을 사로잡았다. 출중한 실력에 멋진 외모, 여기에 영화같은 삶은 베컴을 전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축구 선수로 만들기에 충분했고 그의 앞날에는 화려함만이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러한 베컴에게도 어려움의 시간이 있었으니 바로 레알 마드리드에서 시기였다. 레알 마드리드의 아이콘 라울 곤살레스 때문에 자신의 분신과 다름 없었던 7번을 차지하지 못한 베컴은 23번을 달고 스페인 무대에 데뷔했다. 등번호 7번을 잃은 베컴은 잉글랜드 무대에서 보여주었던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물론 지네딘 지단, 루이스 피구, 라울 곤살레스 등 슈퍼스타들과 함께 뛴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베컴 본인의 움직임도 영 좋지 않은 모습이었다. 베컴은 레알 마드리드에서 첫 시즌이던 2003~2004 시즌 39경기에서 4골에 그쳤다. 이는 팀 내 경쟁에서 밀려 이렇다한 찬스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2004~2005 시즌 역시 4골에 그친 베컴은 마치 그 옛날 머리를 깎여 괴력을 잃은 삼손과도 같았다. 7번이라는 등번호를 잃어버린 베컴에게서 예전 맨유 시절 마법사와 같던 모습은 좀처럼 발견할 수 없었다. 반면 같은 기간 7번을 달고 잉글랜드 대표로 뛰었던 베컴은 총 20경기에서 7골 1도움을 기록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렇게 소속팀에서 부진의 늪을 해메던 베컴에게도 부활의 조짐이 보였다. 바로 2005~2006 시즌 루이스 피구가 이적하면서 베컴이 주전 오른쪽 미드필더 자리를 차지한 것이었다. 베컴은 2005~2006 시즌 37경기에서 4골 13도움을 기록했다. 날카로운 크로스가 되살아났고 고비마다 예리한 프리킥을 날렸다. 비록 '외계인' 호나우디뉴가 이끈 FC 바르셀로나에게 밀려 준우승에 그치기는 했지만 베컴 본인으로서는 큰 의미가 있는 한 시즌이었다. 2006~2007 시즌을 앞두고 베컴은 그 누구보다도 자신있는 모습이었다. 직전 시즌을 멋지게 보낸 그는 비록 8강에서 탈락하기는 했지만 독일 월드컵에서도 팀의 리더로서 대활약했다. 하지만 베컴은 큰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다. 바로 파비오 카펠로 감독이 레알 마드리드에 입성한 것이다. 화려한 축구보다는 수비를 바탕으로 한 이기는 축구를 추구하는 카펠로 감독은 베컴과 같은 스타일을 선호하지 않았다. 시즌 초반 몇 차례 테스트를 받은 베컴은 결국 다른 선수들에게 밀려 중용되지 못했고 이 과정에서 LA 갤럭시와 계약, 팀 내 입지가 좁아졌다. 여기에 잉글랜드 대표팀의 스티브 매클라렌 감독도 베컴을 부르지 않았다. 베컴에게 스페인에서 4년은 그저 그랬던 시간으로 남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자존심 강한 베컴은 이러한 난관을 실력으로 극복했다. 한동안 괘씸죄에 걸려 엔트리에조차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베컴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은 지난 2월 레알 소시에다드와의 시즌 22라운드 원정 경기에서였다. 이 경기에서 베컴은 승부를 결정짓는 멋진 프리킥골을 기록했고 팀이 선두권에 진입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물론 자신의 존재를 팬들과 감독에게 각인시킨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이후 베컴은 서서히 자신의 입지를 다시 다져나갔다. 특히 시즌 막판 FC 바르셀로나와의 우승 경쟁이 치열해지자 그동안 베컴을 등한시했던 카펠로 감독도 그를 중용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발렌시아와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며 선두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베컴은 37라운드 레알 사라고사전에서는 팀을 이끌며 극적인 2-2 무승부를 일구어냈다. 카펠로 감독 마저도 그에게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레알 마드리드 역시 LA 갤럭시에 베컴이 필요하다면서 임대나 이적을 제의하기도 했다. 이어 베컴은 1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했고 멋진 기량으로 팀을 수렁에서 건져냈다. 이런 베컴에게 마지막 남은 한 가지는 바로 레알 마드리드의 리그 우승이었다. 앞선 세 시즌 동안 우승과 인연이 없었던 베컴에게 리그 우승은 4년간의 스페인 생활을 명예롭게 마무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던 것이다. 이를 위해 베컴은 자신을 내던졌고 결국 지난 18일 새벽 홈에서 벌어진 마요르카와의 경기에 출전했다. 베컴은 이 경기에서 날카로운 프리킥으로 골대를 맞히는 등의 활약 속에 3-1의 역전승을 이끌었고 자신의 스페인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할 수 있었다. 우승으로 스페인 생활을 장식한 것은 지네딘 지단도 루이스 피구도 만끽하지 못한 큰 영광이었다. 23번을 달고 스페인에서 4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데이빗 베컴. 부진과 부활, 다시 감독과의 불화를 겪고 출전 엔트리에조차 들어갈 수 없었던 베컴. 이 모든 어려움을 실력으로 모든 것을 극복해낸 베컴은 18일 오전 우승 후 가진 인터뷰에서 단 한 문장으로 스페인에서의 4년을 정리했다. "물론 항상 즐거웠던 것은 아니었지만 마지막을 우승으로 마무리하며 모든 문제들이 다 해결됐다. 이는 최고의 선물이다". bbadag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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