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베어벡 융통성 부족' 따질 자격 있나
OSEN 기자
발행 2007.06.19 09: 17

"핌 베어벡 대표팀 감독이 너무 융통성이 없다", "소집일과 경기일이 겹치면 경기일 이후에 대표팀에 들어가는 것이 관례 아니었나". 베어벡 대표팀 감독이 당초 예정대로 23일 소집을 그대로 밀어붙이자 K리그 구단들이 곳곳에서 원성을 터뜨리고 있다. 베어벡 감독이 24일로 소집일을 하루 늦추면 충분히 훈련과 K리그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데도 한 치의 양보도 없이 23일로 밀어붙인다는 것이 바로 그 이유다. 이 때문에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대승적' 차원에서 베어벡 감독에게 하루 정도 늦춰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기로 했다. 그동안 K리그 구단과 베어벡 감독이 소집을 놓고 벌인 갈등을 볼 때 양보한 쪽은 오히려 베어벡 감독 쪽이었다. 이란과의 아시안컵 예선전과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 기간 동안 정규리그 플레이오프와 챔피언 결정전이 있어 베어벡 감독은 해당 구단에 양보했고 결국 아시안게임을 위한 훈련이 제대로 되지 못해 내심 노리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놓친 쓰라린 기억이 있다. 그리고 베어벡 감독은 올림픽 대표팀의 조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훈련의 일환으로 8개국 친선대회에 참가하겠다고 했을 때도 규정을 지키라는 K리그 구단들의 주장에 이기지 못하고 대회에 나서지 못하기도 했다. 물론 베어벡 감독이 규정을 무시하고 출전을 강행하려 한 것이 잘못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K리그 구단들은 규정대로 23일에 대표팀을 소집하려는 베어벡 감독에게 융통성을 발휘하라고 한다. 아시안컵 일정은 오래 전부터 짜여졌기 때문에 대표팀 소집일 또한 이미 결정됐음에도 불구하고 하필 이날에 경기 일정을 잡아놓은 것은 생각하지 않고 유독 베어벡 감독에게 화살을 돌리고 있다. 베어벡 감독의 계약 기간은 베이징 올림픽까지이지만 이상하게도 이번 아시안컵이 베어벡 감독의 미래를 결정짓는 마지막 기회처럼 여겨지고 있고 본인 역시 이를 감지하고 있다. 특히 박지성, 설기현, 이영표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수들은 모두 부상으로 빠졌고 이동국도 컨디션에 따라 엔트리에서 빠질 가능성이 남아있는 등 이번 대표팀은 아시안컵 출전사상 전력이 가장 약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와 같은 조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 인도네시아는 이미 합숙훈련을 통해 전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게다가 23일 경기를 뛰고 난 후에는 최소한 하루나 이틀 동안 회복훈련을 해야하는데 이렇게 되면 훈련 일정은 더욱 짧아질 수 밖에 없다. 칼은 베어벡 감독에게 있지, K리그 구단에 있지 않다. 베어벡 감독에게 '읍소(?)작전'을 펴도 모자랄 판에 융통성 운운하며 눈을 흘기고 있는 K리그 구단들을 보자니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구단들은 리그 일정이 없던 겨울에 열린 카타르 친선대회 참가를 위해 왜 융통성을 발휘하지 않았냐는 물음에 뭐라 답하겠는가. 다양한 답이 나오겠지만 그 답은 현재 베어벡 감독이 할 수 있는 얘기도 된다. tankpar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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