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맹, 협조 공문보다 자기 성찰이 우선돼야
OSEN 기자
발행 2007.06.19 11: 49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오는 23일 대표팀 소집을 하겠다는 핌 베어벡 감독의 결정에 맞서 '소집 일정을 하루 늦춰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9일 곽정환 회장 명의로 발송한 공문에서 "아시안컵 대표팀 소집은 축구협회 대표팀 운영 규정에 따라 14일 전"이라며 "이 때문에 평소 주말 이틀 동안 치르는 정규리그 경기를 23일 하루에 모두 치르도록 해 소집을 고려했는데 23일 오전에 대표팀을 소집하겠다고 함으로써 대표 선수들이 리그 경기를 뛸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맹은 "K리그 활성화를 위해 대표 선수들이 주말 경기를 반드시 뛰어야 한다"며 "대표팀 소집 날짜를 정규리그 다음날인 24일로 조정해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K리그 구단들의 볼멘 소리를 의식해 연맹이 직접 팔을 걷어붙인 것은 이해가 가지만 대부분 팬들은 "본말이 전도됐다"는 반응이다. 우선 23일에 정규리그 일정을 잡은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을 지적한다. 아시안컵 일정이 오래 전에 발표됐고 23일에 대표팀 소집이 예견됐음에도 불구하고 하필이면 그날 정규리그 일정을 잡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특히 지난 17일로 정규리그 13라운드가 끝나 반환점을 돌았기 때문에 모양새로는 오히려 아시안컵 이후에 정규리그 14라운드를 치러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대부분이다. 이에 대해 연맹 측에서는 6강 플레이오프와 4강 플레이오프, 결승전으로 정규리그가 이어져 일정이 빡빡하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혹한기를 피해야 하고 되도록 주중 경기가 없도록 스케줄을 짜야 하는 연맹의 고뇌도 이해가 간다. 그렇다고 해서 23일에 정규리그 일정을 잡은 것은 "대표팀이 이해해주겠지"라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갖게 하는 대목이다. 프로야구의 경우 예비일을 별도로 만들어 비가 와서 경기를 하지 못했을 때를 대비해놓지만 프로축구 일정을 보면 그런 것도 없다. 게다가 삼성 하우젠컵 결승전은 대표팀이 훈련을 하고 있는 27일에 잡아놓았다. 이것은 또 무슨 배짱인가? 연맹측이 23일에 대표팀이 소집될 것을 이미 예상했고 베어벡 감독이 이를 그대로 밀어붙일 것을 생각했다면 미리 손을 썼어야 했다. 23일에 경기를 치르면 회복 등을 거쳐 25일 또는 26일이 되어서야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베어벡 감독의 '강행'은 충분히 예견됐다. 대표팀 소집일이 공식적으로 결정되기 앞서 연맹과 K리그 구단들은 대책을 묻는 질문에 "아직 협회의 공문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또는 "쓸데없는 갈등을 빚기 싫어서"라는 이유로 답변을 피해왔다. 혹시 당시에는 알아서 양보해줄 것이라는 마음 때문에 대책도 없었던 것은 아닌가? 또 하나 이유를 들자면 23일과 24일은 주말이어서 제주행 비행기편이 거의 만석이다. 차라리 24일로 소집일정을 미뤄달라고 하느니 훈련 장소를 제주가 아닌 파주로 해달라고 한 다음에 당일 경기 시간을 앞당겨 서로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는 편이 더 나았을 것이다. tankpar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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