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참의 힘. 선두 두산과 최하위 KIA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두 팀은 개막 이전만 해도 시즌 전망은 엇갈렸다. KIA는 강력한 마운드의 높이와 타력을 보강해 4강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두산은 전력 누수가 눈에 띄게 많아 하위권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페넌트레이스 전환점을 앞둔 가운데 두산은 1위로 오롯해졌고 KIA는 최하위로 추락했다. KIA와 대별되는 두산의 선두 비결은 여러 가지를 찾을 수 있다. 우선 확실한 원투펀치와 계투진 등 마운드가 안정됐고 찬스에 강한 타선의 집중력도 뛰어나다. 후보 또는 신예들을 꾸준히 기용해 성장을 유도해 활력이 넘쳐나고 있다. 전반적으로 안정된 밸런스를 갖췄다고 볼 수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비결은 바로 고참들의 존재다. 두산은 프로 16년차 내야수 안경현(37)이 버티고 있고 예비 FA 김동주(32)도 뒤를 받치고 있다. 두 선수는 후배들과 조화를 이루며 팀의 중심을 튼실하게 잡아주고 있다. 안경현은 최고참이라는 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활약도가 높다. 타율 3할9리, 2홈런, 34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중요한 순간 결정타를 터트려준다. 연패를 하더라도 후배들을 편하게 해준다. 후배들이 믿고 의지하는 정신적인 지주 노릇을 잘 해주고 있다. 김동주는 FA라는 동기도 있지만 정성을 다하는 플레이를 해왔다. 현재 타율 3할9리 10홈런, 36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6월 들어 상당한 부진에 빠져 있지만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로 팀의 상승세를 이끌어 온 것만은 틀림없다. 그렇다면 KIA는 어떤가. 시즌 개막 전 KIA의 고참 쌍두마차는 이종범(37)과 김종국(34)이 있었다. 그러나 두 선수는 나란히 1할대 타율의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이종범은 1할8푼3리, 김종국은 1할5푼1리에 불과했다. 결국 김종국은 지난 2일 부산 원정도중 1군 엔트리에서 제외돼 기약없는 2군생활을 하고 있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이종범도 19일 서정환 감독과 면담을 통해 2군으로 내려갔다. 사실상 은퇴 수순을 밟고 있다. 고참들이 후배들을 다스리려고 해도 어느 정도 성적을 올리고 있어야 먹힌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현장의 선수들은 이 말에 일리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아무래도 이종범과 김종국은 극심한 성적 부진으로 인해 후배나 팀을 돌볼 여유가 없었다. 이뿐만 아니라 KIA 부진의 이유는 수두룩하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선수들의 힘을 결집시키고 강력한 팀워크를 만드는 고참들의 부재는 뼈아프다. 실제로 잘나가는 상위권 팀들을 보면 잘하는 고참들이 많다. 아쉽게도 현재 KIA에는 정신적인 지주가 없다. sunny@osen.co.kr 안경현-김동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