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 "은퇴는 내가 결정한다"
OSEN 기자
발행 2007.06.20 13: 05

"은퇴는 내가 결정한다". 20일 오전 11시 광주구장. 그라운드, 웨이트트레이닝룸, 의무 트레이너실에는 무수히 많은 부상선수들이 재활 훈련을 하고 있다. 올 들어 유난히 부상선수들이 속출하고 있는 KIA의 난맥상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마치 1군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는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왼손 후크뼈 골절상을 당한 심재학이 배팅게이지에서 타격훈련을 하고 있는 그라운드를 지나 의무 트레이너실(물리치료실)의 문을 열었다. 왼쪽 늑골 미세골절상을 당한 메이저리그 출신 최희섭이 누워 연신 끙끙거리며 부황치료를 받고 있다. 오른편에는 허벅지 근육파열상을 당한 홍세완이 부지런히 끈적이는 액체를 이용해 마시지를 받는다. 건너편에는 허리가 안좋은 투수 고우석도 누워있다. 자리를 옮겨 웨이트 트레이닝룸으로 가보니 팔꿈치 수술을 받고 복귀를 앞두고 있는 우완투수 강철민이 열심히 기구를 들고 있다. 역시 팔꿈치가 안좋은 좌완 전병두의 얼굴도 보인다. 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이광우 코치는 "지금 여기가 1군이다"고 우스개 소리로 말한다. 발 길을 라커룸으로 옮겨보니 이종범(37)이 홀로 앉아 있었다. TV에서 중계되는 LA 에인절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메이저리그 경기를 유심히 보고 있다. 치렁치렁한 머리도 짧게 정리했다. 지난 19일 타격부진 끝에 한 달 간의 기간을 잡고 2군으로 내려온 이종범의 각오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는 막 웨이트트레이닝을 마쳤다고 했다. "어제 2군으로 가는 바람에 은퇴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이종범은 "나하고 이야기도 하지 않고 그런 말이 나와서 좀 섭섭하다"고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이종범은 "(서정환 감독과 만나)그냥 한 달 동안 훈련하고 돌아오겠다고 말씀드렸다. 은퇴 문제는 주변이 아닌 내가 결정할 것이다. 벌써부터 은퇴 이야기가 거론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은퇴라는 말이 나오면 무슨 힘으로 훈련하고 복귀를 준비할 수 있는가"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은퇴 이야기가 나오는 작금의 현실은 수긍했다. "어찌 지나가는 세월을 잡겠는가. 나이가 죄요, 그리고 야구도 안되는 것도 죄다. 올해는 될 줄 알았는데 막상 시즌에 들어서니 잘 안되더라. 은퇴 가능성을 보도한 신문을 보고 집사람(정정민 씨)도 좀 실망하고 많이 아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도 잠깐 청사진을 밝혔다. 이종범은 "올해 은퇴를 하게 될지 말지는 아직 모른다"고 전제한 뒤 "만일 나중에 은퇴하고 지도자로 나선다면 미국보다는 일본에서 야구공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의 야구철학을 갖고 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이종범은 그 해답을 자신이 모셨던 감독들에게서 찾았다. 그는 "프로에서 많은 감독들을 만났다. 김응룡 감독, 호시노 주니치 감독, 김성한 감독, 유남호 감독, 그리고 지금 서정환 감독님까지 겪었다. 내가 직접 보고 겪고 느낀 감독님들의 장점이나 단점은 모두 좋은 공부가 됐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종범은 "심신이 피로해 좀 며칠 쉬려고 했지만 후배들과 함께 어울리는 게 좋겠다 싶어 곧바로 어제부터 나왔다. 일단 한 달 동안 훈련에만 매진하겠다. 은퇴 이야기는 그 다음에 하자"고 웃으면서 말을 맺었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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