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규칙의 스포츠다. 축구라는 경기를 하기 위해서는 FIFA가 정한 경기 규칙(Law of the game)에 따라 진행된다.
여기에는 어떠한 융통성이나 관례가 전혀 개입되지도 않는다. 오로지 규칙에 위배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축구에서 득점이 인정되는 경우는 공이 골라인을 완전히 넘었을 때다. 조금이라도 골라인에 걸쳤다면 그것은 골이 아닌 것이다. 여기에 공의 50% 이상이 넘어야 한다느니 이런 애매한 규정은 없다. 이렇듯 축구에서 규칙은 절대로 지켜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축구계에서는 이러한 규칙이 경기장 안에서만 지켜지는 것 같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대표팀 차출 관련 잡음을 봤을 때 자신들이 정한 규칙마저 융통성이나 관례라는 이름으로 흔들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에는 대표팀 소집 관련 규정이라는 것이 엄연히 존재한다. 이는 몇 차례의 차출 파동 속에서 지난 2006년 1월 다시 제정된 것이다. 여기에 따르면 이번 아시안컵 역시 FIFA 규정과 동일하게 대회 시작 14일 전부터 대표선수들을 소집할 수 있다. 이 항목을 놓고 협회와 프로 연맹(프로 구단)이 마찰을 빚고 있는 것이다.
협회는 14일 전이라는 것이 14일 전부터 훈련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날부터 훈련하기 위해서라면 오전 중에는 집결해야 한다. 반면 프로연맹과 프로구단은 14일 전까지 가면 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여기에 소집 장소가 제주인 만큼 야간 경기 후 갈 수 있는 항공편이 없으므로 하루만 연기해 달라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나온 것이 바로 '관례' 라는 것이었다. 프로연맹이나 구단은 '관례상' 경기를 뛰게 한 후 대표팀에 보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문구 하나를 놓고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오자 이영무 기술위원장은 20일 "만약을 위해서 앞으로는 소집 시간까지 명시해놓아야겠다" 고 말하기도 했다.
규정은 지키라고 만들어놓은 것이다. 규정을 만들어놓은 것은 모든 일처리를 규정에 따라 처리함으로 효율적이면서도 모든 이들이 만족하게끔 하기 위함이다. 규정 준수에 있어서 '관례' 나 '양해' 는 무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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