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는 두 번의 실수가 용납되지 않습니다. 지난 날의 실수를 거울삼아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겠습니다". 해외 전훈과 시범경기에서 롯데의 붙박이 3번 타자로 활약했던 이인구(27, 외야수)가 지난 20일 사직 SK전에 앞서 1군 엔트리에 합류해 당찬 각오를 드러냈다. 지난해 12월 상무에서 전역한 이인구는 5년차 무명 외야수. 올 시즌을 앞두고 마땅한 3번 타자가 없어 고심하던 강병철 롯데 감독은 이인구를 주목했다. 배트 스피드가 빠르고 장타력을 지닌 이인구는 일본 해외 전훈에서 가능성을 보이며 강 감독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3번 타자 후보 0순위로 꼽힐 만큼 강 감독으로부터 무한 신뢰를 받았다. 잘 해야겠다는 중압감이 컸던 것일까. 이인구는 정규 시즌에서 15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시범경기서 매서운 방망이를 뿜어내던 모습은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무엇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면서도 뜻대로 되지 않는 자신의 모습에 그저 답답할 뿐이었다. 당초 붙박이 3번 타자로 낙점됐던 이인구는 결국 4월 14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그는 "1군 경기를 보면서 열심히 해서 저 곳에 남아 있어야 하는데 기회를 잡지 못해 후회했다"고 회고했다. 이인구는 '1군 진입'이라는 목표 하나만으로 2군에서 독기 품고 구슬땀을 흘렸다. 타석에서 공 하나 하나 집중해서 밀어치는 연습에 주력했다. 이번에 잡은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을 것이라 몇 번이고 다짐했다. 그는 "지난 번에는 잘 해야겠다는 부담이 컸다"며 "오늘은 전보다 마음이 편하다. 여유를 가지고 경기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랜만에 1군에 모습을 드러낸 이인구는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1군에서 첫 안타 치면 바로 깎을 것이라는 게 이인구의 설명. 이날 우익수 겸 8번 타자로 나선 이인구는 첫 타석에서 깨끗한 우전 안타를 뽑아내며 3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비록 팀이 9-0으로 완패당했지만 이인구는 애타게 기다렸던 올 시즌 첫 안타를 터뜨리며 잃어버렸던 자신감을 되찾았다. 더불어 21일 말끔하게 면도한 뒤 밝은 모습으로 경기장에 나오지 않을까. wha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