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좋을 때니까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지난 20일 롯데 마린스(도쿄돔)전에서 이승엽(31)은 '6번타자 강등'에 이어 또 하나의 '굴욕'을 당했다. 5-4로 갓 역전한 7회말 무사 1,2루가 되자 하라 다쓰노리 감독이 희생 번트 사인을 지시한 것이다. 이날 이승엽은 비록 4회 일본 통산 99호이자 시즌 14호 동점 2점홈런을 터뜨렸으나 5회 1사 만루에서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에 하라 감독은 이승엽을 해결사로 믿는 대신 찬스를 이어가라는 의미에서 번트를 시킨 것이다. 이승엽은 초구에 번트를 댔으나 투수 정면 방향으로 가는 바람에 3루로 쇄도하던 주자 아베가 아웃됐다. 그러나 결과를 떠나 이승엽은 "내가 부족할 때니까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라고 번트 지시에 수긍했다. 하라 감독은 8-4 역전승으로 5연승에 성공한 직후 "이승엽의 동점 홈런이 경기의 흐름을 바꿔놨다. 팀 사기를 올려놨다"라고 평했다. 그러나 7회의 번트 사인은 예전의 신뢰를 되찾으며 4번으로 복귀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에 관해 일본의 는 21일 '최근 타격 슬럼프에 빠진 이승엽은 니오카와 함께 하루도 거르지 않고 경기 전 특타를 감행하고 있다. 원정경기에 가서도 일체 외출하지 않는다. 대신 조선 마늘과 신진대사 촉진 성분이 함유된 입욕제로 컨디션 회복에 전념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지정석인 4번 자리로 돌아아가기 위한 노력"이라고 언급했다. 이승엽 대신 4번을 맡고 있는 아베 역시 "승짱에게 '기분을 전환하고 4번에 돌아와 달라'고 말했다"며 마음을 비우고 있다. 일본 언론은 '나가시마 감독 시절 마쓰이 히데키와 기요하라가 4번을 놓고 경쟁했듯 이승엽과 아베도 흡사한 구도에 놓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일본 통산 100호 홈런과 4번 복귀를 노리는 이승엽의 노력은 오는 23일 세이부와의 2연전부터 다시 시작된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