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차출 갈등, 큰 불은 껐지만 불씨는 남아
OSEN 기자
발행 2007.06.21 13: 26

대표팀 차출을 둘러싸고 대한축구협회(이하 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의 갈등이 봉합되었다. 하지만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협회가 지난 20일 대표팀 차출을 오는 23일에 강행하겠다고 말하자 연맹은 21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했다. 연맹은 긴급 이사회에서 격론 끝에 대승적인 차원에서 23일 오전 9시 대표팀 소집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3일 벌어질 K리그 14라운드 7경기는 오는 10월 14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결국 표면적으로는 K리그의 양보를 통해 대표팀의 훈련도 보장되고 K리그도 살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갈등의 불씨까지 완전히 진화하지는 못했다. 바로 소집 규정이 애매모호하다는 것이다. 현재의 소집 규정은 아시안컵은 대회 개막 14일 전, 월드컵은 30일 전으로 되어있다. 여기에는 소집 시간에 대한 명시가 없다. 이제까지 소집에 대해서는 소집 당일 정오 집결 등 관례적으로 해석해왔던 것이다. 결국 이렇게 애매모호한 소집 규정이 다양한 해석을 낳았고 이번과 같은 사태 발생의 원인이 된 것이다. 실제로 협회는 14일 규정을 놓고 '14일 전 훈련이 가능해야 한다' 고 주장했고 연맹은 '14일 전에 대표팀 훈련에 가기만 하면 된다' 라며 엇갈린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따라서 소집 규정에 있어서 시간까지 명시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기는 하지만 협회와 연맹 모두 그리 적극적이지는 않다. 협회는 20일 이영무 기술위원장의 기자 회견 중 소집 규정에 시간에 대한 문구를 삽입하는 것이 어떠냐는 지적을 받고서야 생각해보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연맹은 전혀 생각이 없는 모습이다. 21일 김원동 연맹 사무총장은 "그렇게 시간까지 표기하는 것이 한국 축구에 무슨 도움이 되겠냐?" 며 "상황에 따라 협회와 조율을 거쳐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 며 밝혔다. 세세한 것까지 표시해 삭막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에서처럼 규정에 대한 해석 차이로 인해 양 측의 입장이 상충될 때를 대비해 규정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 친선 경기의 경우처럼 경기 시작 48시간 전 소집이라고 소집 시간까지 명시한다면 더 이상 이번과 같은 소모전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약간은 삭막하더라도 규정에 세세하게 정하는 것이 현안이 있을 때마다 소모전을 펼치는 것보다 더 한국 축구를 위하는 일이 아닐까? bbadag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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