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올 시즌 '대패'가 많아진 이유는
OSEN 기자
발행 2007.06.22 09: 09

LG 트윈스는 지난 겨울 집중 투자로 전력 보강에 힘썼다. 한국시리즈 4회 우승의 김재박 감독을 영입한 것을 시작으로 투수진에 에이스 박명환, 용병 하리칼라, 해외파 봉중근 등을 보강했다. 하지만 LG의 투타 전체 전력은 '우승후보'다운 면모는 아니었다. 박명환만이 에이스 노릇을 해줄 뿐 하리칼라, 봉중근 등은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여기에 지난해 선발진에서 좋은 활약을 했던 심수창, 정재복은 오히려 부진한 투구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제2 선발을 맡고 있는 최원호가 그나마 작년보다 나아진 투수다. 용병 발데스도 대형 타자다운 위력을 보여주지는 못한 채 평범하다. 투자는 많이 했지만 전력상 도드라진 면이 보이지 않는다. 투수층이 얇은 데다 간판타자 이병규의 일본 진출 등 워낙 전력이 강하지 못해 '외부수혈'에도 강팀으로 평가받기에는 부족한 것이다. 그래도 LG는 중상위권을 유지하며 강호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전체 전력이 약해 하위권으로 처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와는 달리 중상위권에 포진, 선두를 넘보고 있다. ▲'김재박의 힘'은 '선택과 집중' LG가 이처럼 강호로 버틸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사령탑을 맡은 '김재박 감독의 힘'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 감독의 노련한 레이스 운영이 'LG호'가 쉽사리 떨어지지 않고 버티는 힘이 되고 있다. 김 감독은 작년까지 현대 감독을 맡아 한국시리즈 4회 우승, 포스트시즌 8회 진출의 관록을 자랑하는 베테랑답게 페넌트레이스 운영이 노련하다. 김 감독은 약한 전력의 LG호를 강호로 이끌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절묘하게 운영하고 있다. 김 감독의 전략은 '이길 경기는 확실하게 잡고, 기운 경기는 확실하게 버린다'는 것이다. LG는 올 시즌 유난히 영봉패와 대패가 많다. 현재 29승 2무 28패를 기록하고 있는 LG는 영봉패가 무려 6번씩이나 된다. 또 4점차 이상의 대패가 18번이다. 반면 1, 2점차 패배는 7번에 불과하다. '패배의 방식'에서 김 감독의 '선택과 집중'을 엿볼 수 있다. 김 감독은 점수차가 초반에 커지면 이기는 불펜조를 최대한 아낀다. 김민기-유택현-심수창-우규민으로 이어지는 '승리조'는 지는 경기에서는 웬만해서는 가동되지 않는다. 크게 지고 있는 경기에서는 주전들도 일찌감치 백업요원으로 교체돼 휴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4점 이상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역전을 위해 전력투구하다 패하면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 자칫 선수들이 지치면 다음 경기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이 점이 포스트시즌과 다른 장기 페넌트레이스 운영 전략인 것이다. 이런 면이 이전과 달라진 것으로 LG 구단은 평가하고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김 감독의 운용법에 선수들이 익숙해지고 있다. 선수들이 편안하게 게임에 임하면서 이기는 법을 알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경기를 일찍 포기하는 것이 '끈질김'이 없다는 혹평을 들을 수도 있지만 전력이 강하지 않은 팀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이다. 한마디로 김 감독은 '이기는 경기와 지는 경기'를 직감적으로 판단하고 이기는 경기에 '올인'하는 전략인 셈이다. LG가 올 시즌 '대패'가 많은 이유다. ▲'실수를 줄여라' 또 김 감독의 장점은 실수하는 선수를 곧바로 질책하지 않는 것이다. 대개 감독들은 선수가 수비 실수나 번트 지시 등 작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곧바로 다른 선수로 교체하는 등의 응징을 가한다. 하지만 김 감독은 경기 중에 실수를 해도 바꾸지 않고 끝날 때까지 기용한다. 단 경기 후 혹은 다음 날 경기 전에 집중적으로 수비나 번트 훈련 등을 지시한다. 김 감독은 "실수는 누구나 한다. 야구는 실수를 하는 운동"이라며 실수를 줄이는 것이 최선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명유격수 출신으로서 선수들의 수비실수를 탓할 수도 있지만 더 많은 훈련으로 실수를 줄이는 것을 택하고 있다. '김재박 야구'에 적응해가고 있는 LG가 올 시즌 어떤 성적으로 시즌을 마칠지 주목된다. s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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