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성실한' 조웅천의 "덕분에" 마인드
OSEN 기자
발행 2007.06.23 08: 40

"더블 스토퍼란 말 쓰지도 말아주세요. 우리팀 마무리는 정대현입니다". SK 와이번스 투수 최고참 조웅천(36)은 '참 성실한' 투수다. 최다 등판 기록(728G)도 그렇거니와 질적으로도 SK가 가장 몰릴 때 올라와 불을 꺼주는 '소방수'다. 그러나 마무리 정대현이 버티고 있어서 불펜 투수의 최고 훈장인 세이브와는 거리가 멀다. 지난 22일 문학 LG전서도 조웅천은 5-4까지 추격당하던 6회 투 아웃 1,3루 역전 위기에서 호출됐다. 여기서 LG 4번 최동수를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8회까지 삼진 3개를 더 보태며 무피안타-무4사구-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이 사이 SK는 2점을 더 달아나 7-4까지 앞섰다. 그리고 9회 마무리는 수순대로 정대현의 몫이었다. 조웅천이 궂은 일은 다 했는데 승리(레이번, 5이닝 9피안타 1실점)와 세이브는 다른 투수의 몫이었다. 맡은 보직마저 조웅천의 성품을 닮은 셈이다. 김성근 SK 감독은 "정대현-조웅천이 더블 스토퍼"라고 칭했으나 사실상 정대현이 연투로 피로한 날에나 마무리 기회가 주어진다. 그러나 정작 조웅천은 "더블 스토퍼란 말 쓰지도 말아달라. 우리팀 마무리는 정대현이다. 대현이가 3~4이닝씩 던질 때도 있고, 마무리로 고생이 많다. 나는 땜질 마무리일 뿐"이라며 마무리 욕심은 추호도 없다고 단언했다. 커리어로 봐도 조웅천은 2003년 30세이브를 따내 구원 1위에 오르는 등 통산 89세이브를 기록 중인 베테랑이다. 또 올 시즌 성적은 지난 5월 27일 KIA전부터 12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이다. 벌써 36경기나 나와 42⅔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1.69를 기록 중이다. 마무리로 써도 손색없을 경험과 구위를 보여주고 있으나 후배 정대현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를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조웅천은 "내가 이만큼 성적을 내는 것도 대현이 덕분이다. 대현이가 뒤에 있다는 생각에 마음 편하게 던진다. 만약 마무리였다면 불안해서 이렇게까지 못했을 것"이라고 공을 돌렸다. 또 김성근 감독의 기용법에 대해서도 "잠수함이지만 내 싱커는 왼손 타자에게도 약하지 않다. 감독님이 데이터 보시고 알아서 올려 주시는 거니까 안타 맞아도 좋다는 생각으로 마음 편하게 던진다"란 말로 역시 '감독님 덕분에'를 강조했다. sgo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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