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대구 한화-삼성전에 앞서 삼성 덕아웃에서 만난 권혁의 왼쪽 발목에는 압박 붕대가 감겨 있었다. 통증 때문에 운동하는 데 지장 없냐고 묻자 "괜찮아요. 특별한 이상없어요"라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권혁은 "투수는 어깨와 팔꿈치만 튼튼하면 괜찮아요"라고 덧붙였다. 괜찮다는 대답 속에 뭔지 모를 안스러움이 내비쳤다. 권혁은 이날 1-1로 팽팽하게 맞선 8회 1사 후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상대 타자는 최고조의 타격감을 자랑하는 제이콥 크루즈. 권혁은 크루즈를 가볍게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낸 뒤 김태균도 유격수 앞 땅볼로 처리했다. 9회 세 타자를 셧아웃시킨 권혁은 10회 위기를 맞았다. 선두 타자 신경현에게 중월 2루타를 내준 뒤 김민재의 보내기 번트로 1사 3루 위기를 맞았다. 조원우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고동진에게 중전 안타를 맞고 점수를 내준 것. 올 시즌 30경기에 등판해 단 한 번도 쓴 잔을 마신 적이 없는 권혁이 졸지에 첫 패배를 안게 될 위기를 맞게 됐으나 10회말 공격에서 김한수의 끝내기 2타점 적시타로 권혁은 행운의 승리를 챙겼다. 왼쪽 발목이 성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팀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권혁을 위해 타자들이 '역전타'라는 큰 선물을 선사한 것은 아닐까. wha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