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 '비주류로 충무로에서 살아남기'
OSEN 기자
발행 2007.06.24 10: 45

김기덕 감독은 한국 영화계에서 어떤 존재일까. 자의건 타의건 간에 충무로 주류 사회로부터 멀리 떨어져있는 그이지만 해외 영화계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 가운데 한명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더 중요한 사실은 배우들의 그를 향한 경외감이다. 최근 줏가를 올리고 있는 젊은 연기자 하정우(27)가 한국영화계의 이단아 김기덕 감독에 대한 찬사로 눈길을 끌고 있다. 월간 패션지 '마리끌레르' 7월호에 실린 인터뷰에서 "김기덕 감독은 진정한 영화인이다. 정말 흥미로운 분이고 영화를 만드는 일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마음 속 존경심을 드러냈다. 그는 올 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은 김 감독의 최신작 '숨'에 출연했다. 한국영화 비주류 속 주류격인 김 감독은 적은 예산으로 작업하는데 일가견을 갖고 있다. 충무로가 코스닥 시장 등에서의 '묻지마 투자'로 거품에 빠져있을 때조차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의 30%에도 못미치는 예산으로 작품을 찍었다. 하정우는 이에 대해 "일례로 감독님은 '정우야, 나 2억5000만원 정도 예산이 있는데 너에게 이만큼 밖에 못줄 것 같아"라며 영화를 제의한다. 그런 마인드가 오히려 저 자신을 들뜨게 만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한국에서 영화를 개봉하지 않겠다"는 '한국관객 수준' 발언으로 돌출 행동을 한 후, 그의 영화들은 국내 개봉에서 상업성을 많이 상실했다. 그만큼 제작비 조달이 어려워졌고 출연진 개런티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시간' '숨' 등 일련의 작품에는 여전히 개성파 배우들이 적은 개런티를 불사하고 작업에 동참하는 것으로 김 감독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김 감독도 돈 때문에 스스로 물러서기도 했던 모양이다. 10년지기 조재현과의 사연이 그렇다. 조재현은 지난해 멜로 영화 '로망스'의 개봉을 앞두고 한 방송 인터뷰에서 담당 PD가 김기덕 감독과의 인연을 묻자 "많은 작품을 같이 했다. '나쁜 남자' 이후로도 '빈집' '사마리아' 등 김 감독의 거의 모든 영화에 출연 제의를 받았다. 이런 저런 일로 출연에 응하지 못했는데 김 감독이 삐진 모양"이라고 털어놨다. '로망스'외에도 대작 '한반도' 촬영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던 그는 김 감독에게 먼저 안부 전화를 걸어 "요즘 (김 감독 영화에) 왜 안불러주냐고 물었더니 '이제는 출연료를 너무 많이 줘야될것같다'고 해서 '그러시냐'고 전화를 끊었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조재현은 '악어'(1996)에서 밑바닥 인생을 걷는 한강의 수중다이버 역으로 연기의 참맛을 알기 시작했고 같은 해 '야생동물 보호구역'에 이어 '섬'(2000년) '수취인불명'과 '나쁜 남자'(2001년)에 이르기까지 김 감독 영화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스타 연기자의 출연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있는 현실에서 저예산 예술영화를 지향하는 감독들의 캐스팅 어려움은 나아질 기미가 안보인다. 그럼에도 김 감독의 영화에 계속 기대를 걸게 되는 이유는 '내 연기의 벽을 깨고 싶다'는 소신으로 그를 택하는 젊은 배우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까닭이다. 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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